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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이야기/시사

버스 중앙차로제에 대한 의견



버스가 빨라졌다. 헌데 시민들은 과연 편해졌을까?
버스 중앙차로제에 고스란히 담긴
위정자의 사고방식




     버스 중앙차로제가 생긴 이후 버스의 운행속도가 28% 빨라졌다는 언론의 보도가 며칠 전에 있었다.(관련기사 :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0/05/15/0200000000AKR20100515036000004.HTML?did=1179m ) 오늘은 '중앙차로 때문에 울고 웃는 신촌 商心'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다음 사이트의 뉴스 섹션에 주요뉴스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었다.(관련기사 :  http://wealth.mt.co.kr/view/mtview.php?no=2010051218048141898&type=2 ) 이 제도가 시행된 게 몇년 째인데, 이제서야 이런 보도가 나오는지 영문을 잘 모르겠다. 선거가 코 앞이라, 이 멋진 제도를 누가 제안하고 시행했는가를 부각시켜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 되어서 이 제도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칭찬하고 싶어하는 누군가의 의도가 숨어 있지 않을까 싶다. 

    헌데 버스중앙차로제가 정말 좋은 제도일까? 내 경우엔 이 제도가 시행된 직후부터 실질적인 불편을 자주 겪고 있다. 심지어 중앙버스차로제 때문에 생긴 신호등과 차선의 문제 때문에 교통위반을 하지 않았는데도 교통을 위반했다는 우편물이 날라와 경찰서에 방문한 적도 있었다. 당시 교통 위반을 한 것이 아니란 것을 경찰이 촬영해 보관하고 있던 CCTV 비디오를 통해 확인했으나, 한번 발행된 내용은 변경처리할 수 없다는(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경찰측의 답변을 받고 더이상 신경쓰면서 스트레스 받고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 손해라는 생각에 범칙금을 내고 말았었다. 아마도 이런 경우가 나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얼마 후 문제가 있던 부분은 차선과 신호체계가 변경되었다. 이러한 사례는 필자가 거주하는 지역만의 예외적인 경우라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버스 중앙차로제가 생긴 이후로 발생한 일반적인 문제점은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 버스 중앙차로제의 문제점



1. 승하차 및 환승 상의 문제 
버스중앙차로제

곧은 도로에 이리저리 휘어진 차선과 곳곳의 신호등이 당신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일 것이라 생각하는가? 2~30년 후 우리의 후손들은 이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미지 출처 : 동아일보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907170061)

     버스 정거장이 중앙차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로 양끝의 외곽 차선에도 있어, 버스를 갈아타는 것이 번거롭고 위험하다. 특히 버스를 타기 위해 길을 건너려 횡단보도 앞에 있을 때, 타야 할 버스가 들어오고 있거나 정차해 있으면 신호를 무시하고 건너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실제로 운전하면서 신호를 무시하고 건너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되고, 도로가 막힐 때는 신호등 자체가 무용지물이 된다.

2. 이용의 불편함
     가끔 버스를 타보면 사람이 왜이렇게 없나 싶을 정도로 텅텅 빈 채로 운행된다. 반면 지하철은 버스 중앙차로제 시행이후 더 붐비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한 것 같다. 일단 버스 번호체계가 불편하다. 엇비슷한 숫자들이 세네개가 연달아 있으니, 버스 간의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알파벳이나 한글 두 글자, 숫자 두개 정도의 조합이면 그나마 숙지하기가 편할텐데, 엇비슷한 숫자들로만 구성되어 있으니, 구분이 잘 안되는 것이다. 
     다른 한가지 이유는 위에 언급한 승하차나 환승 상의 문제와 관련된 것이다. 중앙 차로에 위치한 정거장은 마치 신호가 바뀌어 차들이 오가는 횡단보도 위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등 뒤로 차들이 다니니, 강물 한 가운데 솟은 돌덩어리 위에 서 있는 듯한 심리적 불안감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물리적으로도 불편하다. 신호를 받아 길을 건너야 하고, 버스를 기다리는 것 이외에는 별달리 그 곳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으며, 도로변보다 매연도 더 심하게 느껴진다. 여름에는 그늘도 별반 없는데다가 도로의 열기가 더해져 도로변보다 더 뜨거울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실제로 버스 이용객이 감소했었고, 버스이용객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서울시가 지하철의 배차 간격을 늘리라 지시하기도 했었다는 기사가 기억 난다. 더 큰 문제로 생각되는 점은 수익이 감소하면 문제를 해결해 수익을 늘려야 하는 사업주체들인 버스운송사업자들이 개선 노력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도록, 감소한 승객으로 인해 발생한 버스업체들의 적자를 서울시가 시민의 세금으로 메꿔주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버스 이용객이 2004년도에 비해 22%가량 증가했다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그 증가치가 사실이라면 과연 버스 중앙차로제가 버스이용객 증가에 미친 효과는 얼마나 될까? 수치적으로 나타나는 버스 이용객 증가는 첫째, 이전에는 집계되지 않았던 이용객이 티머니 등 전자화된 지불수단을 사용하면서 집계에 포함된 점, 둘째, 지하철과 요금연계로 인해 지하철만 이용하던 인구가 일부 버스를 병행이용하게 된 점, 셋째, 환승을 통해 여러 버스를 이용한 승객이 중복 집계되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3. 신호체계의 문제
     버스 중앙차로제가 시행되면서 일차적으로 느낀 불편은 좌회전 할 수 있었던 곳에서 좌회전을 할 수 없게 된 점이었다. 좌회전을 할 수 없으니 P턴을 할 수 밖에 없고, P턴을 하자니 상대적으로 대로보다 좁고,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을 통과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운전자나 보행자 가릴 것없이 불편하고 위험해졌으며, 좌회전 신호 받으면 될 일을 길을 돌아 P턴을 하니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은 두 말할 필요조차 없다.
    좌회전 문제와 더불어 중앙 차선에 위치한 정거장으로 버스이용객들이 이동하기 위한 횡단보도와 신호도 많아졌다. 그냥 많아진 정도가 아니라 버스 중앙차선제가 도입된 도로는 느낌상으로는 이전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이 신호가 많아져서 신호에 걸리는 일도 당연히 많아졌다. 이삼백 미터가 멀다하고 신호가 생긴 것이다. 신호 무시하고 길을 건너는 사람들도 주의를 해야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운전자의 스트레스는 단순히 늘어난 신호등의 갯수에만 비례하지는 않는다.    

4. 차선의 감소, 변경의 문제
     버스 중앙차선에는 승강장용 차선이 하나 더 요구된다. 승강장의 경우에는 진행하는 뒤차가 정차된 앞차를 앞지르고자 할 경우 때문인지, 일반 차선은 한개의 차선이 감소하는 느낌이 아니라, 2개의 차선이 감소하는 느낌이 든다. 이러한 차선의 감소로 인해 도로는 곧은데 차선은 꼬불 꼬불하고, 차선의 수가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한다. 이 위치에 합류되는 차선이라도 있는 경우에는 좌우로 신경을 써야하니 잔뜩 긴장하게 된다. 접촉사고의 위험성이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5. 도로 혼잡 및 정체의 문제
    버스전용차선으로 인한 위와 같은 문제들은 단순히 버스 중앙차로제가 적용된 도로에만 그치지 않는다. 운전자들은 가급적이면 버스 중앙차로제가 시행되지 않는 도로를 이용하려고 한다. 헌데 중앙차로제가 시행되지 않는 도로들은 대부분 중앙 차로제를 할 수 없는 적은 차선의 도로들이다. 버스 중앙차로제 시행 이전에는 잘 다니지 않던 도로들을 다른 운전자들도 이용하게 되니 그나마 소통이 원활하던 도로까지 전부 막히는 구간이 되어버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의 경우만 봐도, 버스 중앙차로제 시행 이전보다 운행차량이 훨씬 더 많아졌음을 체감할 수 있다.   

6. 시간 및 에너지 낭비, 사고 발생 등 전반적 문제
     이와 같은 문제들은 시민들 대다수의 시간을 허비시켜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유류 소비를 발생시켜 에너지의 낭비와 도시의 대기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더불어 운전자의 운전 조건과 버스 승객의 이용환경을 악화시켜 사고가 발생할 확률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도 버스가 아닌 다른 차량을 이용할 일이 분명 생길 것이다. 택시를 이용할 일도 생길 것이고, 친구나 친지의 차량을 이용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대학생들은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가용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서울시의 도로에는 단순히 이동을 위해 자가용을 몰고 나오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운송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분들도 계시고, 사업을 위해 차량을 운행하고 있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여러가지 이유를 가진 분들이 존재할 수도 있다. 지금 당장 내가 이용하는 버스가 전보다 조금 더 빨리 달릴 수 있게 되었다 해서 아무 생각없이 지지만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얘기다. 
     버스 중앙차선제는 복잡한 신호체계와 끊임없이 바뀌는 차선, 버스 이용객들의 불편함을 통해 제도적으로 도로의 무질서를 조장한다. 이러한 비효율적 제도와 이로 인한 시민의 사고발생과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버스 중앙차로제의 장점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란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이런 나의 생각은 그저 상상이 아니었다, 실제로 버스전용차로제가 시행된 이후 서울시내의 교통사고가 16% 증가했다는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관련기사 : http://www.donga.com/fbin/output?f=cus&code=cu_&n=200603260010 ) 집계된 내용만 그렇지 사고 당사자들끼리 합의 하고 넘어간 접촉사고 같은 경우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노동 재해가 발생하는 과정에 중상자 한 명이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또 운 좋게 재난은 피했지만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했던 잠재적 상해자가 300명에 달한다는 학설이 있다. 1930년대 초 미국의 한 보험회사 사원으로 일하던 H. W. 하인리히가 사고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으로서 그의 이름을 딴 '하인리히 법칙'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1 대 29 대 300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노동 재해는 아니지만, 교통사고가 특정 지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이 역시 하인리히 법칙과 유사한 잠재적 사고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매튜 페이의 '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제목의 서적에서도 신호등이 적을 수록 소통이 원활해진다는 상식이 거론되어 있다. 
     28% 빨라진 버스의 운행속도가 과연 위와 같은 문제점들를 다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일까? 빨라진 28% 속에는 이용객이 줄어 그만큼 승하차 시간이 세이브가 된 것이 반영되어 있진 않을까? 과연 버스 속도의 28% 향상을 위해 희생되어진 것들이 그 속도 향상의 가치 이하인 것들인가?
 

■ 버스 중앙차로제와 이를 시행한 위정자의 사고방식


     사람마다 각기 다른 가치관과 상식을 가지고 있을 수 있기에 내 생각만 상식적인 것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이런 제도가 어떻게 21세기의 세계적 거대 도시 중 하나인 서울에서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버스 중앙차로제의 가장 큰 특징과 효과는 일반차량들이 버스전용차선을 전혀 이용할 수 없도록, 철저하게 차선을 분리하여 '통제'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도로를 조정하고 이용하는 방식을 제한하는, 막대한 세금의 투입과 더불어, 시민의 편의와 안전이 걸린 제도가, 시뮬레이션과 철저한 피드백을 통한 검증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동시다발적으로 적용되어진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일 것이다. 
     제도의 시행으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점과 부작용은 애초부터 고려대상이 아니었으니, 문제점이 드러난다 해도 해결할 의지는 별반 없었을 것이고, 그냥 무시하고 덮어버리는 수준으로, 몇몇 익권자들의 손에 의해 지금까지 일이 진행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단 하나의 목적 달성이나 일방의 특혜를 위해서, 그로 인해 영향을 받거나 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는 다른 요소나 사람들은 모르는체 하거나 알아도 입막고 억눌러 버리는 방식으로 제도가 시행되어 온 것이다.
      결국 그렇게 일을 진행시킨, 통제와 억압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위정자의 사고방식이 버스 중앙차로제라는 제도 위에 고스란히 담겨 드러난다. 그 위정자에게 시민이란 통제하고 다스려야할 대상이지, 결코 의견 수렴과 합의의 대상은 아닌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서울시민들은 의견조차 개진할 수 없는, 그저 위정자의 실험에 투입된 몰모트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움찔해 온다. 아니, 대다수의 시민들이 예전부터 지금까지 시민들을 아둔한 돈벌이 대상으로 알고 있는 사람에게 칼자루를 쥐어줬으니 그런 대접 받는 것을 기꺼워 해야 하는 것인가.* ( posted by 훈샘 : http://brandesign.tistor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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