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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추천 명곡·명반

훈샘 추천 명곡·명반(001) Camel, 'Stationary Traveller'


발길을 떼지 못하는 나그네의 저린 마음이 느껴지는
Camel, 'Stationary Traveller'
  


     참 멋진 세상이다. 음악만큼 사람의 감정을 뒤흔들고 마음을 채우는 것도 그리 많지 않을 터인데, 그런 감동을 느끼는 비용이 예전에 비해 많이 감소한 듯 하다. 선택에 있어서도 더 많은 것을 들어보고, 더 쉽고 저렴하게 비교하며 선택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통신기술의 발달과 인터넷의 보편화가 고맙게 느껴지는 부분 중 하나는 음반을 사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내가 듣고 싶은 곡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들어보고 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LP음반이나 테이프를 간간히 사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음반을 거의 매주 구입하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87년부터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음반들의 대부분은 라디오를 통해 청취한 곡들 중 마음에 드는 곡과 아티스트를 적어놓았다가 구입한 것들이었다.
     당시에는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 쇼'가 학생층에겐 가장 인기가 좋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편안한 가요와 팝이 적절히 선곡되어 밤에 공부하면서 틀어놓곤 했던 기억이 난다. 본격적으로 음반을 사모으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전영혁의 25시의 데이트'이다. 밤의 디스크 쇼가 편안하고 보편적인 음악들에 대한 상식의 폭을 넓혔다면, 25시의 데이트는 취향의 다양성과 쟝르에 대한 관심의 폭과 깊이를 단숨에 확장시켰다. 
     내가 구입한 음반의 대부분은 25시의 데이트를 통해 알게 된 곡들이 수록된 것들이었다.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Camel(카멜, 캐멀, 캐믈)'의 'Stationary Traveller'라는 곡도 87년도에 전영혁님의 방송을 통해 처음 접한 곡이다. 라디오에서 곡이 끝나고 멘트를 통해 밴드명과 곡의 이름이 나올 때, 참고서의 한 귀퉁이 적어두었다가 미술학원 근처의 단골 레코드샵에 가서 구매하려 했었다. 당시 그 매장에는 음반이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레코드샵의 주인도 밴드와 음반을 생소해 하던 기억이 난다. 주문한 뒤 몇 주가 지난 뒤에서야 음반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음반을 건네 받을 때 LP음반을 감싸고 있던 미끈한 비닐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후에는 다시 CD로도 구입을 했다. CD로 구입한 것이 LP보다는 더 가까운 근래의 일일 텐데도, 역시나 CD보다는 커다란 LP음반의 비닐을 뜯고 속지를 볼 때, 음반을 조심 조심 턴테이블에 옮기고 바늘을 올려놓을 때의 느낌이 확실히 더 선명하다. 

카멜(Camel)의 'Stationary Traveller' 음반 커버 이미지카멜(Camel, 캐멀, 캐믈)의 'Stationary Traveller' 음반 커버 이미지


     CD쟈켓의 이미지이다. 오른쪽이 프론트(앞)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이고, 왼쪽이 CD를 열면 안쪽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이다. 이상한 것을 눈치챘는가? 뒷면, 즉 안쪽의 이미지는 그림자가 뒤바뀌어 있다. 실수인 것 같진 않고, 뭔가 의도가 있어보이는데,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림자 위치를 중심으로 보면 여인은 뒤돌아서지 않은 그 자리, 그 위치이며, 카메라가 뒤로 돌아가 찍은 것이라 추정할 수 있고. 그렇다면 건물들이 앞에서 보나 뒤에서 보나 똑같은 것들이란 의미라 할 수 있을 것인데, 앞이나 뒤나 별다를 것 없는 세상이란 의미일까?   
     서론이 지루할 정도로 장황한 이 버릇은 언제쯤이나 세련되게 고쳐질지 모르겠다. 일단 곡을 들어보고 시작하자. 아, 앨범의 타이틀도 이곡과 같은 'Stationary Traveller'이다.



     움직이는 영상이 있으니 지루하지는 않으나, 앨범에서 느껴지던 정제된 느낌은 많이 가신 듯 하다. 다행히 유튜브에 음반에 수록된 버젼의 것들도 있으니, 이번에 음반의 스튜디오 버젼으로 감상해 보자.



     예전 동독과 서독이 콘크리트 벽을 경계로 나뉘어져 있을때, 그 벽에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느낌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곡이었다는 해설을 어디선가 본(혹은 들은) 기억이 있다. (기억은 변경되어 재구성 되는 등, 조작될 수 있는 것이므로 이 기억이 정확한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나는 왠지 떠나고 싶지 않은데 떠나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외로운 여행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사랑하는 사람 곁을 떠나야만 하는 심정이랄까. 캐믈(Camel, 카멜, 캐멀)의 '스테이셔너리 트래블러(Stationary Traveller, 멈춰선 여행자)'를 들을 때마다 초겨울 새벽 공기 같은 서늘한 외로움이 느껴진다. 
 
Camel - Stationary Traveller
음반>Rock

아티스트 : Camel
출시 : 1997.01.03
상세보기
 
Camel - Rainbows End : An Anthology 1973-1985
음반>Rock
아티스트 : Camel
출시 : 2010.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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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곡이 수록된 Stationary Traveller 앨범에는 멋진 곡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 삽입되어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사랑 받았던 'Long Goodbyes'도 그렇지만, 어느 곡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명반이 바로 Camel의 Stationary Traveller다. 'Long Goodbyes'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으므로 다른 곡을 먼저 들어보자. 음반의 도입부를 장식하고 있는 연주곡 'Pressure Points'다.



    전영혁님이 캐믈(Camel)을 소개할 때 'Art Rock'이란 쟝르를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Art'라는 단어에서 무게감만 조금 빼준다면 정말 'Art'라는 단어가 이 이상 잘 어울리는 rock band는 없을 듯 하다. 연주곡만 듣고 있자니 좀 심심한 감이 없지 않다. 이번엔 보컬이 들어간 곡을 하나 들어보자. 'West Berlin'이란 곡이다.



      자신의 감정과 사상을 곡에 잘 녹여내는 훌륭한 아티스트들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이 곡의 가사는 이곳을 참조 하시길 : http://music.daum.net/song/songLyrics.do?songId=598328 )


     'Long Goodbyes'는 맨 끝 곡으로 남겨두고, 다음 곡은 'After Words'이다. 미니카세트로 음악을 듣던 시절, 카세트 테이프로 여러 곡들을 편집해 녹음할 때 뒷부분이 애매하게 남으면 다음 면으로 오토리버스(자동뒷면재생) 되기 전까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고 한참을 기다리거나, FF를 누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렇게 뒷부분이 한곡을 넣기엔 짧고, 녹음하지 않고 남기기엔 좀 길게 남아 있을 때 유용하게 써먹었던 2분 남짓되는 짧은 곡이다.


     공간이 휑한 허전함으로 채워지는 듯한, 아니, 허전함이 오히려 아름답게 빈 공간을 채우는 듯한 곡이다. 가슴 저린 말들을 던진 후의 후회, 되돌리지 못할 공허의 두려움이 느껴진다.
 
Camel - Stationary Traveller
음반>Rock

아티스트 : Camel
출시 : 1997.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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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l - Rainbows End : An Anthology 1973-1985
음반>Rock
아티스트 : Camel
출시 : 2010.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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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듣고 싶다면 아래 사이트로
http://music.daum.net/album/album.do?albumId=36765

     마지막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져 사랑을 받았다 생각되는 Camel의 'Long Goodbyes'를 들어보자. 멋진 곡임에 틀림없다.



Camel - Long Goodbyes


Down by the lake
A warm afternoon,
Breezes carry children's balloons.
Once upon a time, not long ago,
She lived in a house by the grove.
And she recalls the day,
when she left home.
어느 따스한 오후,
호수 아래쪽에는
산들바람에 아이들의 풍선이 날리고 있습니다.
예전,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시절
그 숲 근처에는 한 여인이 살고 있었지요.
그녀는 집을 떠나던 바로 그 날을 떠올립니다. 

Long good-byes make me so sad
I have to leave right now
And though I hate to go,
I know it's for the better
오랜 이별은 나를 너무도 슬프게 만듭니다.
지금 바로 떠나야만 하겠지요.
가는 것이 싫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Long goodbyes make me so sad.
Forgive my leaving now
You know I'll miss you so
and days we spent together
오랜 이별은 나를 너무도 슬프게 만듭니다.
떠나더라도 용서해 주세요.
당신은 알고 있을 겁니다,
내가 당신과 함께 했던 날들을 얼마나 그리워 할 것이라는 것을.

Long in the day
Moon on the rise
She sighs with a smile in her eyes
In the park, it's late after all
She sits and stares at the wall
And she recalls the day
when she left home
하루가 다 가고
달이 떠오르면,
그녀는 눈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한숨을 내쉽니다.
너무 늦었지만,
그녀는 공원에 앉아 벽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집을 떠나던 바로 그 날을 떠올리고 있겠지요.

(가사 출처 : http://blog.naver.com/yfly11/20027988392 )
(posted by 훈샘 :  http://brandesign.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