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브랜드 이야기/브랜드 전략

애플과 삼성의 특허분쟁 2막에 대한 소고


열망을 창출하는 자 VS 열망을 가로막는 자
애플의 꾀에 빠진 삼성의 딜레마



1. 애플의 소송 제기는 정당한 것인가?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시작했을 때, 애플이 지나친 실력행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기술적인 문제는 그렇다 하더라도, 깻잎 통조림과 같은 기하학적 기본 도형에 가까운 제품 형태에 대한 디자인 권리의 주장은 설사 그것이 독창적인 것으로 법적인 인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애플이 무조건 독점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아니라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UI 역시 마찬가지이다. 스위치나 버튼 같은 물리적인 인터페이스가 줄어들고 터치나 모션 등 다른 방법을 통해 기기를 제어하는 제품들이 급속히 늘어가는 추세에서 화면의 일부분을 밀어 락을 해제하고 컨텐츠의 마지막 부분은 검은 화면이 약간 밀려 나왔다가 마지막 컨텐츠의 화면으로 되돌아 가는 것과 같은 작동 방식은 보편적으로 발상 가능한 아이디어라 생각된다. 물론 그러한 방식의 실질적 구현을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이 접목되어야 했을 것이므로, 특허를 통해 특정업체가 법적인 권리를 획득했다면 경쟁사는 당연히 다른 방식을 취해야 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도 알려졌다시피, 기술특허의 경우에는 특정 기술특허가 기술표준으로 채택되면 특허권자는 외부업체에 차별없이 해당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협의해야 한다는 프란드(FRAND·fair, reasonable & non-discriminatory) 규약이 있어, 꼭 필요한 기술은 해당 기술 등록권자의 경쟁사라 할지라도 협의를 통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만일 애플의 UI방식에 대한 특허를 기술특허와 유사하게 적용한다면, 애플 역시 UI 방식의 상당부분을 경쟁사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애플의 폐쇄성은 경쟁사에게 자신들의 특화된 요소에 대한 공유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있다. 애플이 창출하고 있는 매력적인 제품들의 장점은 스타일이 되었건, UI가 되었건 아주 사소한 부분에도 감성과 디테일이 녹아있다는 점이고, 그러한 감성과 디테일의 핵심적인 요소들은 특허를 통해 보호되고 있을 것이다.
     과거 애플의 시작이었던 맥킨토시 컴퓨터의 마우스 포인팅 OS는 제록스가 주관하던 연구포럼의 결과물이 상당부분 반영된 것이었다. 특허로 비유하자면 원천기술은 제록스에 의해 구현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제록스가 지금의 애플처럼 대응했다면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존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컴퓨터를 활용하는 방식도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되었을 것이다.
     굳이 수북히 먼지 덮여 보일듯 말듯 희미한 과거의 이야기를 들추는 것은 제록스에게 간접적인 혜택을 받으며 성장한 애플이 지금은 자신들의 것을 조금도 양보할 기세를 보이지 않는 것이 개인적으로 바람직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즈니스가 전쟁 그 자체인 시대에 자신들의 무기를 상대방에게 나눠준다는 것은 자멸행위와 다름없어 보이기 때문에 한편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애플이 삼성에 제기한 소송의 정당성은 관점에 따라 제각기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므로 선뜻 결론을 내리기 어려울 듯 하다.

삼성과 애플의 소송 공방

스마트폰 계의 두 강자, 애플과 삼성의 대결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 소비자의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무시되어도 좋은가?  

     개인적으로 삼성 제품에 대한 애플의 소송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느낀 것은 기업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비자가 구매할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려 한다는 점이었다.
     경쟁사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자사의 제품만큼 경쟁사의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모든 소비자가 100% 그 제품만 좋아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소비자의 선택에는 그 무엇이든 다 그럴만한 이유가 존재한다. 경쟁사의 제품이 차선책 정도로만 보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경쟁사의 제품을 선택하는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와 사정이 있기 마련이다.
     애플이 몇몇 국가에서 일부 승소하며 삼성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판결이 내려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애플에 호감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이 훨씬 많겠지만, 애플에 반감을 갖고 있는 소비자도 분명히 존재한다. 애플의 승소로 인한 삼성 제품의 판매 금지는 소비자의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상당부분 제한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애플 제품을 구매할 의사가 없거나  애플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에게는 그 제한의 폭이 훨씬 크게 느껴질 것이다.
     기술적인 부분이나 UI 등 제품의 기능을 구축하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애플의 특허 권리에 대한 주장이 어느 정도 납득될 수도 있지만, 외관 디자인, 즉 제품의 형태가 유사해서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들의 주장이 선뜻 와닿지 않는다. 삼성 제품을 애플 제품으로 착각하고 구매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설사 전체적인 윤곽, shape가 유사하다 하더라도 그러한 유사성이 소비자에게 혼동을 초래하여 구매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아주 미미할 것이다. 애플 제품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삼성은 그저 오렌지 닮은 레몬에 불과할 수 있다. 애플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삼성 제품을 애플로 착각하고 삼성 제품을 구매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때문에 애플의 일부 주장은 억지스럽게 느껴지고, 기업의 특허에 대한 권리를 확대해석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권리가 침해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3. 애플의 소송은 시장점유와 수익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인가?

     소송 과정에서 기업은 적지 않은 비용을 치르게 된다. 수억에서 수십억이 넘는 비용을 법무법인에 지불해야 하는데, 승소한다면 이 비용에 가치가 부가될 수 있지만, 패소하게 되면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이들과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상당부분의 몫이 허비되고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엄청난 기회비용을 상실하게 된다.
     스마트폰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는 애플의 경쟁상대는 삼성이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애플은 소송을 통해 일부 특허에 대한 로열티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판매를 금지시켜 첨예한 경쟁상황을 회피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여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애플이 과연 그러한 수익만을 고려하여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일까? 
     삼성은 애플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유사한 기능과 형태를 지닌 제품을 신속하게 시장에 내놓고 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서 삼성은 애플의 모방기업, 팔로워라는 이미지가 형성되고 있다. 이미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되고는 있으나, 자신의 제품과 유사한 경쟁상품을 신속하게 출시하는 삼성이 애플에게는 성가신 존재임이 분명할 것이다.
     자신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각인시켜 시장의 강자로 부상하는 데에는 자사 브랜드의 강점을 더욱 강화시키고 이를 인지시키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일차적인 방법과, 강력한 경쟁자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강화시켜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게 하는 상대적인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때문에 현재 벌어지고 있는 애플의 소송 행각은 후자측면의 활동을 강화시켜 경쟁 브랜드에 상처를 입힘으로써 자사 브랜드의 입지를 강화시키고자 하는 브랜드 전략측면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가능하다.
     소송 시기를 고려해 봤을 때,스티브 잡스의 건강상태도 이러한 애플의 소송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포스트 잡스 시대를 평탄하게 지속시키기 위해 강력한 경쟁 브랜드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전략도 필요했을 수 있다.


4. 소송에서 승리하는 것이 삼성에게 유리한가?
 
     삼성이 애플에 대한 역공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얼마 전부터 들리고 있다. 삼성이 애플을 상대로 하는 소송은 무선 기술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테크놀로지와 관련된 것이 대부분인 듯 하다. 이 사실만으로도 두 기업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애플의 소송은 UI, 디자인과 같이 소비자가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의 것들이 많다. 상대적으로 삼성의 소송은 소비자들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어보이는 엔지니어 관점의 것으로 느껴진다.
     소비자를 관객으로 봤을 때, 애플의 공격은 경기장 위에서 진행되고, 삼성의 공격은 지하에서 진행되는 느낌이다. 삼성이 공격에 성공한다 해도 관객은 무엇이 어떻게 왜 성공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의 관심도는 경기장 위에서 공격을 펼치고 있는 애플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애플의 공격은 무엇이 어떻게 왜 진행되고 있는지 이해하기 훨씬 쉽다. 때문에 결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그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삼성의 역공이 성공할 경우 관객에게 미치는 영향은 애플이 기존의 공격에 성공할 때보다 더 크고 깊어진다. 삼성이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리하여 애플 제품을 구매할 수 없게 될 경우를 상상해 보라.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애플 제품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삼성이 박탈하게 되는 것이다. 애플 제품을 갈망하던 소비자들의 반발은 거세질 것이다. 삼성이 원하는 결과는 삼성이 기대하지 않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5. 결론 : 소비자의 열망을 막아 수익을 올리는 것이 기업에게 이익이 되는가?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시작할 때 기업의 이익과 소비자가 구매하고 싶은 제품을 선택할 권리 사이의 균형에 대해 생각하며, 애플의 소송이 이기적이라 생각했었다. 이젠 반대로 삼성이 애플을 상대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시작하고 있다. 애플이 소송을 시작할 때의 생각이 고스란히 삼성으로 전이되었다.
     주변에서 삼성 매니아를 찾기는 쉽지 않지만, 이른바 애플빠들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애플에 대한 소비자의 애정은 삼성의 것보다 훨씬 폭넓고 강력하다. 애플이 삼성 제품을 사지 못하도록 한다고 해도 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나 소비자의 반발은 그다지 크지 않겠지만, 만일 삼성이 애플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리하여 애플의 제품을 구매할 수 없게 된다면, 그에 대한 시장의 반응과 소비자의 반발은 예상보다 훨씬 크고 거셀 수 있다. 스마트 폰의 경우라면, 삼성의 갤럭시를 대신할 안드로이드 폰은 많지만 애플의 아이폰을 대신할 또다른 아이폰은 없기 때문이다. 삼성 갤럭시는 수많은 안드로이드폰 중 하나이지만 아이폰은 아이폰 그 자체인 것이다. 
    소비자의 열망을 막으면 소비자는 반발하게 되며, 이는 곧 그 열망을 막아서는 브랜드를 '공공의 적'으로 간주하는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삼성이 승소하여 애플의 제품을 접할 수 없게 된다면 소비자들은 삼성을 자신의 권리를 강탈한 '소비자의 적'으로 삼을 수도 있는 것이다. 
     삼성의 딜레마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애플이 제기한 소송에서 삼성은 아무리 잘 방어해봐야 본전 수준이며, 그 과정에서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는 막대한 데미지를 입게 된다. 애플의 모방 브랜드 이미지로 몰리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역공 차원의 소송에서 삼성이 승리하여 애플 제품의 판매가 금지된다면 삼성의 기대와는 다르게 소비자들은 삼성 브랜드를 대다수 소비자의 바램을 외면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쫓는 뻔뻔한 브랜드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이 애플과의 소송을 통해 그동안 특정 부분에서 양보해왔던 특허에 대한 권리를 찾아 정당한 수익을 얻는 것은 결코 나쁘다 말할 성격의 것은 아니다. 또한 애플과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열세한 위치를 벗어나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도 삼성의 소송은 나름대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마음에 진정성을 지닌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을 통해 전략적인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 삼성은 반격의 세를 더 강화하기 전에 소송의 결과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와 각각의 상황에 따른 섬세한 전략을 마련하여 브랜드에 더이상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현 사태를 풀어 나가야 할 것이다.* (posted by 훈샘 : http://brandesign.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