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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가치와 역할
디자인 가치와 역할
변화의 욕구와 문화
경영계의 구루 탐 피터스는 '바위에 새겨진 것은 없다(Nothing's carved in stone)'라고 이야기 한다. 이세상에 바위에 새긴 것처럼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의미이다.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세상은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랫동안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영구적'으로 존재할 것이라 여겨지는 우주 역시도 쉼없이 움직이며 변화하고 있다. '영구적'이라는 단어는 변화없이 그 상태 그대로 존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변화 속에서 지속적으로 존재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인간이 만든 것을 비롯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어떠한 형태로든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의 속도나 주기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러한 자연계나 물리적인 오브제의 변화는 인간이 추구하는 변화의 속도보다 훨씬 느리고 온건하다.
인간은 생리적으로 잠시도 멈춰 있을 수 없는 존재이다. 인간 내부의 생리적 역동성이 제거되는 순간,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존엄성을 대부분 상실하게 된다. 살아있다면 의도하지 않은 순간에도 인간의 신체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화한다. 생명이 있는 인간은 변화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생리적인 현상으로서의 역동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들도 변화의 일부라 할 수 있겠지만, 생물의 끊임없는 생리적 움직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변화만으로는 삶과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문명'이나 '문화'를 설명할 수 없다. 세상을 바꾸며 새로운 역사를 창출하는 원동력이 되어온 것은 이 지구상에서는 인간만이 지녔다 여겨지는 '변화에 대한 강렬한 욕구'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와 새로운 무언가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과 욕구는 인간의 상상력을 부추켜 미술, 음악, 문학, 철학, 수학, 과학 등 다양한 형태의 결과물을 유도하며 다른 동물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차별화된 인간 고유의 생활 문화를 형성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지식과 예술의 가치
인간이 지닌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변화의 욕구는 기술과 산업, 과학, 학문, 예술 등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각각의 특성에 적합하게 고유한 양식으로 체계화 되어 지식으로 축적되어 왔다. 예술의 한 부류라 할 수 있는 조각이나 그림 등 구체적인 형상을 만들거나 그려내는 작업은 오랜기간 동안 지식이라기 보다는 기술로 여겨져 왔다. 지식은 보다 차원높은 추상적 개념으로 정신적 측면이 강조되어 온 것이다. 때문에 같은 예술이라 할지라도 문학과 미술, 음악은 다른 취급을 받아 왔다. 과거 우리나라의 경우 역시 이러한 차별의 행태가 뚜렷하여 문학은 지식의 산물로서 인정 받았던 반면, 음악은 잡기 중의 하나로 천대를 받아왔다. 화가들이 귀족이나 부호들의 초상화를 그리고, 음악가들이 귀족들의 식사시간에 배경용 음악을 연주했던 과거 서구 사회의 모습도 우리나라의 상황과 그다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러한 차별의 이면에는 문자를 통한 지식의 제한적 유통과 이러한 구조를 이용한 지식 점유자들의 권리 확보와 기득권 유지에 대한 욕구가 존재하고 있다.
디자인이 아무리 기능성과 같은 미적 가치 이외의 것을 강조한다 해도 그 근원적 뿌리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원초적 욕구와 그 욕구를 바탕으로 한 예술에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디자인에 있어 외양의 아름다움, 즉 미적 가치는 핵심적인 디자인 요소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에 회자되는 디자인 이슈들은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보다는 기능이나 아이디어, 효용성 등에 좀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자 하는 노력이 느껴진다. 모두 디자인이 적용되고 역할을 해야하는 부분들이긴 하지만 미적인 가치를 자꾸 뒤로 밀어넣으려 하는 것은 디자인 관계자들 스스로가 과거 미적 가치가 문자나 의미·상징적 가치에 비해 인정을 받지 못하던 시대의 영향을 아직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남긴다.
디자인은 지식과 미적 감수성, 기술이 한데 어우러져야만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특수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지식과 기술만 가지고는 만족할만한 디자인 결과물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약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어느 정도의 지식이나 감수성, 적당한 기술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분야라 해석될 수도 있다. 지식의 범위 내에서 보유한 기술을 활용하여 감수성을 반영하는 모든 행위를 디자인이라 인정한다면, 지식이 보편화된 세상에서는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행위가 디자인 행위가 될 수 있으며, 누구나 디자이너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소비자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디자인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학과 기술에 대한 이해, 사람에 대한 이해, 제품과 사용 환경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공감할 수 있는 미적 감성과 감동을 줄 수 있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통찰력이 조화를 이루어야 비로소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디자인이 탄생하게 된다.
기술과 디자인의 가치 비중
산업 혁명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디자인의 산업적 가치는 점진적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며 꾸준히 주목을 받아왔다. 산업활동에 있어 디자인의 가치는 과연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까? 디자인 가치가 기술적 가치보다 우선한다는 이야기를 이제는 주위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구매자나 사용자의 관점에서 보면, 디자인 가치가 기술적 가치에 우선한다는 명제는 구매자나 사용자가 판단하는 우선적인 가치가 기술적 요인보다 디자인에 있을 경우에만 참이 될 수 있는 명제이다. 구매자의 가치가 늘 디자인에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므로, 디자인 가치가 기술적 가치에 우선한다는 명제는 늘, 누구에게나 참이 되는 것은 불가능한 명제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영위하는데 디자인 가치가 기술적 가치에 비해 우선한다는 명제는 정량적으로 입증 되어지고 있다.
경영계의 구루 탐 피터스는 '바위에 새겨진 것은 없다(Nothing's carved in stone)'라고 이야기 한다. 이세상에 바위에 새긴 것처럼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의미이다.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세상은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랫동안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영구적'으로 존재할 것이라 여겨지는 우주 역시도 쉼없이 움직이며 변화하고 있다. '영구적'이라는 단어는 변화없이 그 상태 그대로 존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변화 속에서 지속적으로 존재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인간이 만든 것을 비롯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어떠한 형태로든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의 속도나 주기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러한 자연계나 물리적인 오브제의 변화는 인간이 추구하는 변화의 속도보다 훨씬 느리고 온건하다.
인간은 생리적으로 잠시도 멈춰 있을 수 없는 존재이다. 인간 내부의 생리적 역동성이 제거되는 순간,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존엄성을 대부분 상실하게 된다. 살아있다면 의도하지 않은 순간에도 인간의 신체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화한다. 생명이 있는 인간은 변화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생리적인 현상으로서의 역동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들도 변화의 일부라 할 수 있겠지만, 생물의 끊임없는 생리적 움직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변화만으로는 삶과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문명'이나 '문화'를 설명할 수 없다. 세상을 바꾸며 새로운 역사를 창출하는 원동력이 되어온 것은 이 지구상에서는 인간만이 지녔다 여겨지는 '변화에 대한 강렬한 욕구'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와 새로운 무언가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과 욕구는 인간의 상상력을 부추켜 미술, 음악, 문학, 철학, 수학, 과학 등 다양한 형태의 결과물을 유도하며 다른 동물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차별화된 인간 고유의 생활 문화를 형성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지식과 예술의 가치
인간이 지닌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변화의 욕구는 기술과 산업, 과학, 학문, 예술 등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각각의 특성에 적합하게 고유한 양식으로 체계화 되어 지식으로 축적되어 왔다. 예술의 한 부류라 할 수 있는 조각이나 그림 등 구체적인 형상을 만들거나 그려내는 작업은 오랜기간 동안 지식이라기 보다는 기술로 여겨져 왔다. 지식은 보다 차원높은 추상적 개념으로 정신적 측면이 강조되어 온 것이다. 때문에 같은 예술이라 할지라도 문학과 미술, 음악은 다른 취급을 받아 왔다. 과거 우리나라의 경우 역시 이러한 차별의 행태가 뚜렷하여 문학은 지식의 산물로서 인정 받았던 반면, 음악은 잡기 중의 하나로 천대를 받아왔다. 화가들이 귀족이나 부호들의 초상화를 그리고, 음악가들이 귀족들의 식사시간에 배경용 음악을 연주했던 과거 서구 사회의 모습도 우리나라의 상황과 그다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러한 차별의 이면에는 문자를 통한 지식의 제한적 유통과 이러한 구조를 이용한 지식 점유자들의 권리 확보와 기득권 유지에 대한 욕구가 존재하고 있다.
디자인이 아무리 기능성과 같은 미적 가치 이외의 것을 강조한다 해도 그 근원적 뿌리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원초적 욕구와 그 욕구를 바탕으로 한 예술에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디자인에 있어 외양의 아름다움, 즉 미적 가치는 핵심적인 디자인 요소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에 회자되는 디자인 이슈들은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보다는 기능이나 아이디어, 효용성 등에 좀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자 하는 노력이 느껴진다. 모두 디자인이 적용되고 역할을 해야하는 부분들이긴 하지만 미적인 가치를 자꾸 뒤로 밀어넣으려 하는 것은 디자인 관계자들 스스로가 과거 미적 가치가 문자나 의미·상징적 가치에 비해 인정을 받지 못하던 시대의 영향을 아직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남긴다.
디자인은 지식과 미적 감수성, 기술이 한데 어우러져야만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특수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지식과 기술만 가지고는 만족할만한 디자인 결과물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약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어느 정도의 지식이나 감수성, 적당한 기술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분야라 해석될 수도 있다. 지식의 범위 내에서 보유한 기술을 활용하여 감수성을 반영하는 모든 행위를 디자인이라 인정한다면, 지식이 보편화된 세상에서는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행위가 디자인 행위가 될 수 있으며, 누구나 디자이너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소비자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디자인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학과 기술에 대한 이해, 사람에 대한 이해, 제품과 사용 환경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공감할 수 있는 미적 감성과 감동을 줄 수 있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통찰력이 조화를 이루어야 비로소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디자인이 탄생하게 된다.
기술과 디자인의 가치 비중
산업 혁명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디자인의 산업적 가치는 점진적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며 꾸준히 주목을 받아왔다. 산업활동에 있어 디자인의 가치는 과연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까? 디자인 가치가 기술적 가치보다 우선한다는 이야기를 이제는 주위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구매자나 사용자의 관점에서 보면, 디자인 가치가 기술적 가치에 우선한다는 명제는 구매자나 사용자가 판단하는 우선적인 가치가 기술적 요인보다 디자인에 있을 경우에만 참이 될 수 있는 명제이다. 구매자의 가치가 늘 디자인에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므로, 디자인 가치가 기술적 가치에 우선한다는 명제는 늘, 누구에게나 참이 되는 것은 불가능한 명제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영위하는데 디자인 가치가 기술적 가치에 비해 우선한다는 명제는 정량적으로 입증 되어지고 있다.
주가 지수와 디자인 지수의 비교
※ FTSE 100 지수(FTSE 100 Index, IPA: [ˈfʊtsiː], "풋시ː 원 헌드레드 인덱스", 보통 줄여서 FTSE 100)는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주식 중, 시가총액 순서대로 100개 기업의 주가를 지수화한 종합 주가 지수이다. 영국 주식 시장의 대표 지수이다.
(http://ko.wikipedia.org/wiki/FTSE_100_%EC%A7%80%EC%88%98)
물론 전반적인 주가와 디자인에 비중을 두고 경영한 기업의 지수를 분석하여 나타낸 위 그래프만으로 디자인의 가치가 양적으로 증명되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디자인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지속적으로 자본 가치가 크게 향상되었다는 일반론적인 결과는 사업의 운영과 관련된 전략적인 관점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결코 적지 않다.
제품 개발을 선도해온 과학과 기술은 새로운 기능을 부가하여 효용성을 증가시키며 새로운 상품을 시장에 제공하는 견인차의 역할을 수백년 전과 다름없이 오늘날까지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과학적 요소와 기술적 요소, 효용성이 배제된 상품의 디자인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기능적 요인들만으로는 시장에서의 차별성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즉 대개의 경우 기술은 더이상 차별성을 부여할 수 있는 희소 가치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기술보다는 인간의 감성을 정확하게 자극하여 제품이나 브랜드에 경쟁력을 배가하는 디자인이 더 찾기 어려운 가치가 되어가고 있다.
희소 가치의 변화
지식이 희소한 가치로 작용하던 시대에는 지식이 지닌 가치가 다른 가치에 비해 우선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상대적으로 귀한 가치였다. 그렇다면 지식이 차고 넘치는 시대에 인정받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 학문과 예술 영역 간의 가치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수학, 과학 등 정량적인 방법으로 가늠할 수 있고, 예술 분야보다 응용 범위가 넓고 실용적이라 할 수 있는 학문의 가치보다는, 감동과 공감이라는 정성적인, 보다 근원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심성을 자극하는 미술과 음악 같은 예술분야가 보다 더 가치 있는 상위의 분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디자인의 가치가 재조명 받기 시작한 데에는 사회적 변화도 한 몫 하고 있다. 근대적 디자인 개념이 형성되었다고 하는 산업 혁명 시기의 훨씬 이전부터 예술은 상품 판매를 위한 도구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유리제품, 도기, 목기, 가구, 의류 등 전통적인 가내수공업 생산품들 역시 품질과 더불어 '아름다움'이라는 가치가 척도로 작용하여 명품과 상품으로 나뉘어 왔다. 일부는 주문자에 의해 예술적 요소의 가감이 이루어졌겠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생산자의 안목과 기술에 의해 그 예술적 가치의 높고 낮음이 결정되었을 것이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이후로는 자본가나 경영자의 안목과 관심 여부에 따라 제품의 미적 가치 부여 여부와 그 수준이 결정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즉 제품의 생산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지닌 기업가나 경영자에 의해 디자인이 반영되고 결정되었던 것이다. 생산만 하면 판매할 수 있었던 20세기 중반까지의 상황에서는 디자인의 역할이나 가치는 부차적 요소에 불과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의 등장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주어진 선택의 폭이 넓어짐에 따라 다른 제품과 자사의 제품을 차별화시킬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한 요구는 미적 가치를 부여하기 위한 부가적인 요소가 아니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결한 요소로 변했다.
제품의 차별화가 어려워졌다는 말은 제품에 적용되는 지식과 기술이 보편화되었다는 의미의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앞선 기술을 개발하여 적용하고, 이러한 기술을 희소한 가치로 내세워 경쟁우위를 점하면서 시장의 인정을 얻어내는 기업과 브랜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기업들은 고만고만한 효용가치와 엇비슷한 수준의 제품들로 치열하게 경쟁한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감성, 혹은 잠재된 욕구를 담아내어 감동을 줄 수 있는가의 여부가 제품과 브랜드의 중요한 경쟁우위 요소로서 작용하게 된다. 과학 기술과 시장, 경쟁 환경의 변화가 감성적 요인, 디자인적 요소에 보다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게 된 것이다.
산업이나 제품 분야 뿐만 아니라, 사회 전 영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많은 이들이 공유하여 일반화된 지식 이외의 것들, 즉 소수가 지니고 있는 '차별적 가치'들이 숭배, 혹은 비판의 대상이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소수 가치들의 대부분은 일반인들이 인지할 수 있는 감성적 성향이나 심미적 요소. 예술적 표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가치의 역전 현상은 생활 환경과 기술, 문화의 급변에서 기인한 지식의 보편화와 희소 가치의 전환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아톰, 사이보그009에서 스타워즈, 터미네이터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형태를 지닌 기계인 '사이보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SF소설이나 만화, 영화의 단골 소재로 활용되어 왔다. 이들을 상상하고 형태를 부여한 창조자들은 예술가의 한 부류로 포함시킬 수 있는 작가들이었지 과학자들이 아니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44692019@N08/4127389662/ ]
예술적 상상이나 디자인적 창의력은 과학에 영감을 부여하며, 이는 향후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것은 과학적 창의력일 수 있으나, 예술적 상상이나 감수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과학은 인간의 삶을 보다 다양하고 흥미롭게 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 http://world.honda.com/ASIMO/history/ ]
디자인 주체의 변화
20세기 후반까지 디자인 결정의 주체는 디자이너와 기업가였다는 사실을 반박할 이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지식과 정보가 그 어느 시대보다 폭넓고 빠르게 유통되고 있는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 들어서며 이러한 디자인 결정과 수용의 양상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제품의 디자인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더이상 기업가나 디자이너가 아니다. 제품 선택의 폭이 광범위하게 확장된 21세기의 소비자들을 상대하는 기업 관계자들의 대다수는 소비자의 입맛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디자이너나 기업가 자신들의 취향보다는 소비자의 취향이 디자인에 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지식과 경험, 소비 성향의 측면에서 21세기의 소비자들은 불과 50여년 전의 소비자와는 전혀 다른 부류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교육의 수준이 달라졌으며, 미디어를 통해 접하고 체험하는 제품의 수준이 달라졌다. 일부 기업들은 소비자의 취향을 선도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왜곡시키면서 여전히 트렌드를 창출하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몇몇 매체들만 틀어쥐면 별다른 문제없이 기업의 의도가 전파되고 수용되었던 20세기와는 달리, 21세기에는 다양한 채널에 막대한 자본이 투여되어야 일부 소비자들에게만 간신히 영향을 미치는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 되어가고 있다.
21세기의 소비자는 더이상 기업의 매체 놀이에 좌지우지 되는 단순한 수용자가 아니다. 오늘날의 소비자는 고유한 취향과 더불어 비판 능력을 갖춘 지식 생산자이자 지식 소비자이다. 기업이 제시하는 트렌드와 제품에 기업가나 디자이너의 취향보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더 많이 반영되고 있는데에는 이러한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소비자의 취향과 선호하는 스타일을 어떻게 파악하는 것일까? 마케팅과 기업의 경영에 관련하여 최근 강조되고 있는 화두 중 하나는 기업(혹은 브랜드)과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제품의 브랜드화에 기업이 힘을 쏟고 있는 것은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와의 관계를 창출하고 강화함으로써 마케팅의 효율성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은 구매자 정보를 통해 제품(브랜드) 구매자를 고객으로서 장기적으로 관리하고, 제품(브랜드) 관련 동호회나 모니터링 그룹 등을 만들거나 지원함으로써 직접적으로 기업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도 한다. 여전히 리서치펌을 통한 시장조사도 유용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이미 제품을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는 이용 고객을 지원하고 이를 활용하면 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활용가능한 팁을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다. 기업은 구매자의 제품(브랜드) 활용 방법이나 사용 환경, 양상을 통해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점과 인식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제품(브랜드)의 기능적 개선점과 디자인 개선 요소 및 디자인 개발 방향에 대해 통찰할 수 있게 된다. 최종 디자인의 결정에 있어서도 과거 기업에서 내부적으로 결정하고 양산에 적용했던 관례적인 절차와는 달리, 최근에 주요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디자인 선호도를 파악하기 위한 테스트나 조사가 증가하면서 이러한 작업이 제품 개발 프로세스의 한 과정으로 점차 정착되어 가고 있는 현상도 소비자의 제품 수용도를 높임으로써 제품의 시장 안착 및 성공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한 기업의 생존전술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이 경쟁 우위 확보와 생존을 위해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제품 개발과 디자인 과정에 참여시키는 현상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지식 정보 시대의 디자인
브랜드와 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한 선진국들의 무역 개방 압력 아래, 전세계적으로 무역장벽이 낮아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세계 굴지의 브랜드들이 지역 시장에 한데 뒤섞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으로 제품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고, 제품 간의 특성 구분은 더욱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심화되면서 감성적 요소가 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대두되었다. 제품의 감성적 요소를 다루는 가장 직접적이고 1차적인 부서가 바로 디자인 부서이다. 소비 환경의 변화로 인해 생존을 위한 기업의 요구를 바탕으로 디자인이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불가결한 요소로서 주목 받고 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업의 디자인 의존도는 높아질 수 밖에 없으며, 경쟁력 있는 디자인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도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지식 정보 시대의 과학과 기술은 과거의 그 어느 시대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통신 인프라를 통해 순식간에 광범위하게 전파되어 관련 산업은 물론 타 영역의 산업과 생활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영향을 미친다. 기술에 대한 이해와 수용도가 높은 소비자 계층은 관련계통 전문가의 지식 수준을 넘나드는 프로츄어로서 소셜 네트워크를 비롯한 다양한 온라인 인프라와 도구를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 관련 정보와 의견을 게재하여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보편화된 정보통신 인프라로 인해 일부 소비자층은 그 자체로 미디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디자인을 담당하는 이가 오로지 자신의 감성과 표현기술에 의지하면서 트렌드만 뒤쫓는다면 이는 직무유기에 가까운 행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은 그 자체로 실용적인 학문이라 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실용 과학과 예술 분야를 잇는 가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때문에 디자인을 담당하는 이는 뛰어난 감성과 표현 기술을 보유해야 함은 물론, 예술과 관련된 지식, 관련된 과학 분야나 기술에 대한 평균 수준 이상의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평범한 소비자들이 프로츄어로 변화하고 있는 사회에서 아마츄어 수준의 지식으로 탄생한 디자인 결과물이 자리할 수 있는 곳은 협소할 수밖에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디자인 담당자는 관련 기술과 향후 기술의 개발 방향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확보하고 숙지하여야 한다. 더불어 소비자의 욕구와 취향을 파악하고 내재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통찰력을 지니는 것 또한 시장을 이해하고 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서 디자이너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일 것이다.
세계적인 명성을 획득한 브랜드나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트렌드 세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트렌드 세터들의 명성은 거의 대부분 오랜 세월을 거쳐 형성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반복된 평가 과정을 통과하며 오랜 시간의 정련을 거친 소수의 브랜드나 디자이너만이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시장의 흐름을 좌지우지 하는 제품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재능있는 디자이너는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세상에 알릴 수 있다. 기업은 재능있는 디자이너를 영입하거나 아웃소싱하여 제품을 이슈화 하려고 한다. 이슈화된 제품은 단기간에 높은 매출을 올리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제품의 이슈는 일순간일 뿐이고, 트렌드의 형성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다반사이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지닌 디자이너라 하더라도 디자인 능력이나 디자인된 결과물만 가지고는 트렌드 세터가 될 수 없다. 홍보와 마케팅에 대한 지식과 경험, 자금이 풍부한 기업이 지속적으로 브랜드나 디자이너에 대해 알리고 오랜 기간을 거쳐 소비자들에게 신선함과 놀라움을 선사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만 트렌드 세터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술과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끊임없는 학습과 연구를 통해 신선함과 감동으로 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디자인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이 나오고, 이들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홍보하여 전략적으로 육성해주는 기업들이 좀 더 많아진다면 세계적으로 디자인 흐름을 주도하는 트렌드 세터들의 종주국으로서 대한민국의 디자인이 전세계적으로 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posted by 훈샘 : http://brandesign.tistor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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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o.wikipedia.org/wiki/FTSE_100_%EC%A7%80%EC%88%98)
물론 전반적인 주가와 디자인에 비중을 두고 경영한 기업의 지수를 분석하여 나타낸 위 그래프만으로 디자인의 가치가 양적으로 증명되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디자인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지속적으로 자본 가치가 크게 향상되었다는 일반론적인 결과는 사업의 운영과 관련된 전략적인 관점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결코 적지 않다.
제품 개발을 선도해온 과학과 기술은 새로운 기능을 부가하여 효용성을 증가시키며 새로운 상품을 시장에 제공하는 견인차의 역할을 수백년 전과 다름없이 오늘날까지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과학적 요소와 기술적 요소, 효용성이 배제된 상품의 디자인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기능적 요인들만으로는 시장에서의 차별성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즉 대개의 경우 기술은 더이상 차별성을 부여할 수 있는 희소 가치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기술보다는 인간의 감성을 정확하게 자극하여 제품이나 브랜드에 경쟁력을 배가하는 디자인이 더 찾기 어려운 가치가 되어가고 있다.
희소 가치의 변화
지식이 희소한 가치로 작용하던 시대에는 지식이 지닌 가치가 다른 가치에 비해 우선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상대적으로 귀한 가치였다. 그렇다면 지식이 차고 넘치는 시대에 인정받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 학문과 예술 영역 간의 가치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수학, 과학 등 정량적인 방법으로 가늠할 수 있고, 예술 분야보다 응용 범위가 넓고 실용적이라 할 수 있는 학문의 가치보다는, 감동과 공감이라는 정성적인, 보다 근원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심성을 자극하는 미술과 음악 같은 예술분야가 보다 더 가치 있는 상위의 분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디자인의 가치가 재조명 받기 시작한 데에는 사회적 변화도 한 몫 하고 있다. 근대적 디자인 개념이 형성되었다고 하는 산업 혁명 시기의 훨씬 이전부터 예술은 상품 판매를 위한 도구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유리제품, 도기, 목기, 가구, 의류 등 전통적인 가내수공업 생산품들 역시 품질과 더불어 '아름다움'이라는 가치가 척도로 작용하여 명품과 상품으로 나뉘어 왔다. 일부는 주문자에 의해 예술적 요소의 가감이 이루어졌겠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생산자의 안목과 기술에 의해 그 예술적 가치의 높고 낮음이 결정되었을 것이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이후로는 자본가나 경영자의 안목과 관심 여부에 따라 제품의 미적 가치 부여 여부와 그 수준이 결정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즉 제품의 생산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지닌 기업가나 경영자에 의해 디자인이 반영되고 결정되었던 것이다. 생산만 하면 판매할 수 있었던 20세기 중반까지의 상황에서는 디자인의 역할이나 가치는 부차적 요소에 불과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의 등장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주어진 선택의 폭이 넓어짐에 따라 다른 제품과 자사의 제품을 차별화시킬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한 요구는 미적 가치를 부여하기 위한 부가적인 요소가 아니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결한 요소로 변했다.
제품의 차별화가 어려워졌다는 말은 제품에 적용되는 지식과 기술이 보편화되었다는 의미의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앞선 기술을 개발하여 적용하고, 이러한 기술을 희소한 가치로 내세워 경쟁우위를 점하면서 시장의 인정을 얻어내는 기업과 브랜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기업들은 고만고만한 효용가치와 엇비슷한 수준의 제품들로 치열하게 경쟁한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감성, 혹은 잠재된 욕구를 담아내어 감동을 줄 수 있는가의 여부가 제품과 브랜드의 중요한 경쟁우위 요소로서 작용하게 된다. 과학 기술과 시장, 경쟁 환경의 변화가 감성적 요인, 디자인적 요소에 보다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게 된 것이다.
산업이나 제품 분야 뿐만 아니라, 사회 전 영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많은 이들이 공유하여 일반화된 지식 이외의 것들, 즉 소수가 지니고 있는 '차별적 가치'들이 숭배, 혹은 비판의 대상이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소수 가치들의 대부분은 일반인들이 인지할 수 있는 감성적 성향이나 심미적 요소. 예술적 표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가치의 역전 현상은 생활 환경과 기술, 문화의 급변에서 기인한 지식의 보편화와 희소 가치의 전환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의학도였던 데즈카 오사무가 창조한 아톰 애니메이션의 한장면
휴머노이드에 가장 가까운 형태의 로봇으로 평가받고 있는 혼다 아시모의 발전 과정.
디자인 주체의 변화
20세기 후반까지 디자인 결정의 주체는 디자이너와 기업가였다는 사실을 반박할 이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지식과 정보가 그 어느 시대보다 폭넓고 빠르게 유통되고 있는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 들어서며 이러한 디자인 결정과 수용의 양상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제품의 디자인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더이상 기업가나 디자이너가 아니다. 제품 선택의 폭이 광범위하게 확장된 21세기의 소비자들을 상대하는 기업 관계자들의 대다수는 소비자의 입맛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디자이너나 기업가 자신들의 취향보다는 소비자의 취향이 디자인에 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지식과 경험, 소비 성향의 측면에서 21세기의 소비자들은 불과 50여년 전의 소비자와는 전혀 다른 부류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교육의 수준이 달라졌으며, 미디어를 통해 접하고 체험하는 제품의 수준이 달라졌다. 일부 기업들은 소비자의 취향을 선도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왜곡시키면서 여전히 트렌드를 창출하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몇몇 매체들만 틀어쥐면 별다른 문제없이 기업의 의도가 전파되고 수용되었던 20세기와는 달리, 21세기에는 다양한 채널에 막대한 자본이 투여되어야 일부 소비자들에게만 간신히 영향을 미치는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 되어가고 있다.
21세기의 소비자는 더이상 기업의 매체 놀이에 좌지우지 되는 단순한 수용자가 아니다. 오늘날의 소비자는 고유한 취향과 더불어 비판 능력을 갖춘 지식 생산자이자 지식 소비자이다. 기업이 제시하는 트렌드와 제품에 기업가나 디자이너의 취향보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더 많이 반영되고 있는데에는 이러한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소비자의 취향과 선호하는 스타일을 어떻게 파악하는 것일까? 마케팅과 기업의 경영에 관련하여 최근 강조되고 있는 화두 중 하나는 기업(혹은 브랜드)과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제품의 브랜드화에 기업이 힘을 쏟고 있는 것은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와의 관계를 창출하고 강화함으로써 마케팅의 효율성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은 구매자 정보를 통해 제품(브랜드) 구매자를 고객으로서 장기적으로 관리하고, 제품(브랜드) 관련 동호회나 모니터링 그룹 등을 만들거나 지원함으로써 직접적으로 기업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도 한다. 여전히 리서치펌을 통한 시장조사도 유용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이미 제품을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는 이용 고객을 지원하고 이를 활용하면 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활용가능한 팁을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다. 기업은 구매자의 제품(브랜드) 활용 방법이나 사용 환경, 양상을 통해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점과 인식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제품(브랜드)의 기능적 개선점과 디자인 개선 요소 및 디자인 개발 방향에 대해 통찰할 수 있게 된다. 최종 디자인의 결정에 있어서도 과거 기업에서 내부적으로 결정하고 양산에 적용했던 관례적인 절차와는 달리, 최근에 주요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디자인 선호도를 파악하기 위한 테스트나 조사가 증가하면서 이러한 작업이 제품 개발 프로세스의 한 과정으로 점차 정착되어 가고 있는 현상도 소비자의 제품 수용도를 높임으로써 제품의 시장 안착 및 성공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한 기업의 생존전술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이 경쟁 우위 확보와 생존을 위해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제품 개발과 디자인 과정에 참여시키는 현상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지식 정보 시대의 디자인
브랜드와 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한 선진국들의 무역 개방 압력 아래, 전세계적으로 무역장벽이 낮아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세계 굴지의 브랜드들이 지역 시장에 한데 뒤섞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으로 제품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고, 제품 간의 특성 구분은 더욱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심화되면서 감성적 요소가 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대두되었다. 제품의 감성적 요소를 다루는 가장 직접적이고 1차적인 부서가 바로 디자인 부서이다. 소비 환경의 변화로 인해 생존을 위한 기업의 요구를 바탕으로 디자인이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불가결한 요소로서 주목 받고 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업의 디자인 의존도는 높아질 수 밖에 없으며, 경쟁력 있는 디자인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도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지식 정보 시대의 과학과 기술은 과거의 그 어느 시대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통신 인프라를 통해 순식간에 광범위하게 전파되어 관련 산업은 물론 타 영역의 산업과 생활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영향을 미친다. 기술에 대한 이해와 수용도가 높은 소비자 계층은 관련계통 전문가의 지식 수준을 넘나드는 프로츄어로서 소셜 네트워크를 비롯한 다양한 온라인 인프라와 도구를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 관련 정보와 의견을 게재하여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보편화된 정보통신 인프라로 인해 일부 소비자층은 그 자체로 미디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디자인을 담당하는 이가 오로지 자신의 감성과 표현기술에 의지하면서 트렌드만 뒤쫓는다면 이는 직무유기에 가까운 행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은 그 자체로 실용적인 학문이라 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실용 과학과 예술 분야를 잇는 가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때문에 디자인을 담당하는 이는 뛰어난 감성과 표현 기술을 보유해야 함은 물론, 예술과 관련된 지식, 관련된 과학 분야나 기술에 대한 평균 수준 이상의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평범한 소비자들이 프로츄어로 변화하고 있는 사회에서 아마츄어 수준의 지식으로 탄생한 디자인 결과물이 자리할 수 있는 곳은 협소할 수밖에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디자인 담당자는 관련 기술과 향후 기술의 개발 방향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확보하고 숙지하여야 한다. 더불어 소비자의 욕구와 취향을 파악하고 내재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통찰력을 지니는 것 또한 시장을 이해하고 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서 디자이너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일 것이다.
세계적인 명성을 획득한 브랜드나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트렌드 세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트렌드 세터들의 명성은 거의 대부분 오랜 세월을 거쳐 형성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반복된 평가 과정을 통과하며 오랜 시간의 정련을 거친 소수의 브랜드나 디자이너만이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시장의 흐름을 좌지우지 하는 제품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재능있는 디자이너는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세상에 알릴 수 있다. 기업은 재능있는 디자이너를 영입하거나 아웃소싱하여 제품을 이슈화 하려고 한다. 이슈화된 제품은 단기간에 높은 매출을 올리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제품의 이슈는 일순간일 뿐이고, 트렌드의 형성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다반사이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지닌 디자이너라 하더라도 디자인 능력이나 디자인된 결과물만 가지고는 트렌드 세터가 될 수 없다. 홍보와 마케팅에 대한 지식과 경험, 자금이 풍부한 기업이 지속적으로 브랜드나 디자이너에 대해 알리고 오랜 기간을 거쳐 소비자들에게 신선함과 놀라움을 선사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만 트렌드 세터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술과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끊임없는 학습과 연구를 통해 신선함과 감동으로 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디자인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이 나오고, 이들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홍보하여 전략적으로 육성해주는 기업들이 좀 더 많아진다면 세계적으로 디자인 흐름을 주도하는 트렌드 세터들의 종주국으로서 대한민국의 디자인이 전세계적으로 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posted by 훈샘 : http://brandesign.tistor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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