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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이야기/디자이너 이야기

국내 완성차 디자인센터장과 자동차 (1편) : 현대자동차 오석근 전무


     자동차를 수출하는 국가는 몇 개국이나 될까? 자동차를 제조하는 국가는 상당수 되지만 수출까지 하는 주요국가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듯하다. 자동차 수출국가는 일본, 독일, 프랑스, 스페인, 캐나다, 한국, 영국, 멕시코, 벨기에, 이태리, 스웨덴, 브라질의 12개국 정도로 추려볼 수 있다. (참고 사이트 : http://www.nplus.co.kr/car/inform/info_world.htm) 생각보다 많지 않은 수이다. 우리나라의 수출 규모는 이들 국가 중 5위권이라 하니, 자동차 생산 역사와 국가의 경제력을 고려할 때 놀라운 수준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양적인 규모와 더불어 국내에서 개발된 차량들이 세계시장에서도 질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으며, 디자인 또한 놀라운 진보를 거듭하며 최정상급의 해외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빠르게 진화되고 있다. 이렇게 자동차 강국으로서의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데에는 각 업체의 디자이너들과 디자인 연구소장의 노력이 큰 기여를 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국내 자동차의 위상이 높아지고 디자인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업체를 대표하는 4명의 디자인 연구소 책임자들의 인터뷰 내용이 지난 주(2010. 4. 26) 한 언론을 통해 기사화되었다. 그 기사 가운데 그들이 선호하는 차량과 그들의 기억에 가장 남는 디자인 프로젝트가 언급되어 있어 그들의 언급과 관련된 차량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관련기사 : 아시아경제 (2010.05.03), '화려한 몸매 멋진 車엔 철학·감동이 녹아있다'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0050310025300770)



■   현대 자동차 오석근 전무



현대자동차 오석근 전무

현대자동차 오석근 전무

     현대차 오석근 전무의 경우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를 강조하고 있다. 'Fluidic'는 'liquid'라는 의미를 가진 'fluid'에서 파생된 단어라 할 수 있다. '유동적인', 즉 '액체와 같은 흐름을 지닌' 그런 형태를 강조하고 있다 생각하니, 고객층의 기호와 트렌드에 따라 변화하는 디자인 스타일 중 특정한 유형만을 선호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그러나 '유동성을 지닌', '유연한'과 같은 의미로서 좀 더 폭넓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 거 같다.  오석근 전무가 언급한 '플루이딕 스컬프처'는 디자인의 스타일과 더불어, 시장의 요구와 트렌드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몸을 편안하게 감싸는 욕조의 물처럼 다양한 소비자층의 욕구를 빈 틈 없이 채우겠다는 의지도 함께 실린 단어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오석근 전무가 선호하는 차량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나 그의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티뷰론의 모체가 된 'HCD-1' 콘셉트카와 부산모터쇼에서 신차로 발표하고 판매를 앞두고 있는 아반떼의 새로운 모델인 '아반떼 MD'를 언급하고 있다.
      1991년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HCD-1은 1990년 현대가 캘리포니아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한 후 그 곳이 중심이 되어 제작한 컨셉트카이다. 'HCD'는 'Hyundai California Design'의 약자로서 현대의 컨셉트카들 중 'HCD'라는 코드로 시작되는 차량들은 캘리포니아 디자인 센터에서 개발된 것이다. 캘리포니아 디자인 스튜디오의 첫번째 컨셉트카라는 점에서 'HCD-1'은 현대 자동차의 자체 디자인 개발에 대한 의지와 자신감을 대외에 전달했다는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디자인 개발의 주역이었던 오석근 전무 역시 각종 호평으로 주목을 받게 된 계기가 되었으므로 남다른 기억으로 남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반떼 MD는 가장 최근에 디자인을 공개한 모델인만큼 그 반응에 대한 기대가 가장 클 수밖에 없고, 기업의 입장에서도 언론의 스팟라잇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자주 받도록 해야 하는 만큼, 오석근 전무의 언급에는 새로운 모델의 홍보를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HCD-1


     HCD 시리즈를 서울모터쇼에서 처음 봤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멋지게 디자인된 차량들이 실제로 양산되어 세계 곳곳을 누비게 된다면 자랑스럽겠다 생각했었다. HCD-1, 2, 3는  유려한 곡선의 흐름을 잘살린 머슬형 스타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칫 엉성하게 쳐질 수도 있는 풍만한 곡선들이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며 야수의 탄력적인 몸매처럼 날렵하고 멋진 조형을 이루고 있었다.

현대자동차 컨셉카 HCD-1 전면부
현대자동차 컨셉카 HCD-1 전좌측면부
현대자동차 컨셉카 HCD-1 좌측면후
현대자동차 컨셉카 HCD-1 후면부

현대자동차 컨셉카 HCD-1 디자인

  
( HCD-1 관련 참고 사이트 :  http://oldcar-korea.tistory.com/9 )
( HCD 시리즈 관련 이미지를 볼 수 있는 곳: 
http://blog.chosun.com/blog.log.view.screen?blogId=49&logId=842843 )
    
     당시 전시되어 있던 HCD-1을 보며 과거 유럽의 클래식 레이싱카나 포르쉐 550A(Porsche 550A), 셸비 코브라(Shelby Cobra)같은 차량을 현대적으로 멋지게 재해석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유선형 곡선으로 이루어진 원박스 형태의 로드스터 포르쉐 550A는 일명 '스파이더'라 불리우며 제임스 딘의 사고와 함께 유명세를 탔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55년, 스피드광이었던 제임스 딘은 포르쉐 550 스파이더를 구입하고 며칠 되지 않아 차량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큰 사고를 당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참고 사이트 : http://porsche.dreamwiz.com/cgi-bin/rbbsview.cgi?section=INFO&start=0&pos=42)   

포르쉐 550A 스파이더 (Porsche 550A Spyder)
포르쉐 550A 스파이더 (Porsche 550A Spyder) Rear

포르쉐 550A 스파이더 (Porsche 550A Spyder)


     550 스파이더의 라디에이터 그릴이나 헤드램프와 같은 전면부의 이미지에서는 유사한 점을 찾을 수 없지만, 사이드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풍만한 곡선의 인상 같은 형태적 요소들은 유사한 인상을 전달한다. 
     HCD-1의 형태적 모체는 아무래도 셀비의 코브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석근 전무가 차량의 스타일 컨셉을 잡을 때 의도적인 모티브로 삼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여겨지고, 의도적이지 않았다면 은연 중에 그 이미지가 디자인에 반영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셸비 코브라 1966 Shelby Cobra 427
셸비 코브라 1964 Shelby Cobra 289

셸비 코브라(위 : 1966, Shelby Cobra 427, 아래 : 1964, Shelby Cobra 289)

( Cobra 이미지 출처 : http://www.sportscardigest.com/original-spring-classic-auction-preview-mecum-auction/ ) 

     당시에 HCD-1과 유사한 스타일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차량은 닷지(Dodge)의 '바이퍼(Viper)'였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전혀 다른 것이었지만, 탄탄한 근육의 느낌과 날렵한 눈매(헤드램프)는  HCD-1과 바이퍼가 형제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듯 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닷지(Dodge)의 '바이퍼(Viper)'

닷지(Dodge)의 슈퍼카 '바이퍼(Viper)'


     바이퍼 역시 멋진 디자인이다. 개인적으로는 유사한 뉘앙스를 받긴 했지만, 바이퍼가 목에 힘을 준 듯한 위압감이 느껴지는 남성적 디자인이라면, HCD-1은 보다 캐쥬얼하게 그 옆을 미소 지으며 스쳐 지날 듯한 여성적인 유려함이 느껴진다.

현대자동차 컨셉카 HCD-1 사진

현대자동차 컨셉카 HCD-1


      레이싱과 레이싱카는 미친듯이 질주하고픈 잠재욕구를 지닌 대다수 남자들의 로망일 것이다. HCD-1을 보고 있자니 평소 초보 아줌마 스타일로 소심하게 운전하는 내 몸 속에서도 무한폭주의 본능이 꿈틀거린다. HCD-1은 이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리 어색하지 않은 멋진 스타일로 잠들어 있던 사나이의 로망을 흔들어 깨우려 한다. 오석근 전무가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HCD-1을 뽑는 이유 중 하나 역시 그가 지닌 원초적인 질주본능을 충족시키고자 했던 도구가 바로 HCD-1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Avante MD (아반떼 MD)


     2010년 5월 현재, 현대자동차가 가장 최근에 디자인을 공개한 것이 아반떼 MD이다. 아반떼는 대한민국 준중형 자동차 시장의 대표 브랜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위상을 지닌 브랜드의 풀 체인지 모델인 만큼, 역동적이면서도 정교함이 살아 있는 섬세한 변화가 디자인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아반떼 MD (Avante MD) 전면부
아반떼 MD (Avante MD) 전면부 측면부 퍼스펙티브
아반떼 MD (Avante MD) 후면부

아반떼 MD (Avante MD)


     아반떼 MD의 전면부 디자인에는 투싼 ix의 라디에이터 그릴 부위와 유사한 형태를 차용하므로써 현대차의 새로운 패밀리룩을 형성하려는 듯한 의도가 느껴진다.

아반떼 MD와 투싼 ix의 전면부

아반떼 MD와 투싼 ix의 라디에이터 그릴 부위의 패밀리룩


    차량 안쪽의 전면부는 라디에이터가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데, 왜 차량의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은 윗부분에 위치해 있거나, 아랫부분에만 위치해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다. 범퍼에 대한 선입관을 배제하고 전면부를 라디에이터 그릴이 과감히 자리를 차지하게 하면 왜 안될까 하는 의문 또한 들었다. 이런 의문을 가진 지 몇해 지나지 않아 답변이라도 하려는 듯 아우디에서 과감하게 전면부에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을 디자인해 넣고 그 중간에 번호판이 위치하도록 한 디자인을 내놓았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확장된 형태로 범퍼의 아랫부분까지 연장된 듯한 디자인은 그 이전에도 종종 있어 왔지만, 이제는 아우디의 디자인 룩을 형성하는 조형적 요소로 자리를 잡았다. 
     아반떼 XD와 투싼ix의 전면부 디자인은 아우디의 아이디어를 일부 차용한 후, 그 위에 조형적인 재미를 더 부가한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육각형 형태의 커다란 입구는 너무 구체적이어서 모든 현대 자동차의 패밀리 룩으로 가져가기에는 디자인을 제한하는 위험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개인적으로 장식적이거나, 스타일에만 기여하는 조형적 요소가 가능한 모두 제거된 담백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나의 취향에 아반떼 XD의 디자인은 그다지 맞지 않는다. 그러나 기존의 아반떼 XD에서 느껴지던 물렁한 곡선을 제거한 후 팽팽한 선들로 형태가 당겨지고 다듬어져 있기 때문에 이전의 모델보다는 더 탄탄하고 야무져 보이는 진일보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Spider - Classic Racing

Black and White Spider Awards - Nomination Professional Sports Photography - Classic Racing

 비를 맞으며 질주해 보신 적이 있나요? (위 이미지는 블로그 본문 내용과 상관이 없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reinfriedmarass.com/blog/spider-awards-2008-black-white-photography )


     오석근 전무는 "자동차 회사 간 기술력의 차이가 좁혀지면서 기업에서는 디자인을 브랜드 차별화의 핵심요소로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자동차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퍼스낼리티를 담아내는 것, 즉 디자인을 통해 자동차의 특징과 성격을 부여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현대자동차는 독특한 형태를 통해 고유한 특성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고유한 특성이 드러나는 디자인의 차별화와 더불어, 대다수의 고객층이 공감하고 선호할 수 있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할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혁신과 진보를 거듭하는 디자인을 통해 대한민국의 자동차 스타일이 세계를 선도하는 날이 조속히 오기를 기대해 본다.* (posted by 훈샘 : http://brandesign.tistor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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