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비, 포르테, 쏘울, K7, 쏘렌토R, 스포티지R, K5에 이르기까지 2007년 이후로 출시되고 있는 기아자동차의 새로운 모델들에서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탄탄한 이미지와 더불어 SF 애니메이션에서 본 듯한 흥미로운 조형적 요소들이 한데 어울려 적절한 텐션(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대외적으로 어려운 경제환경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기아차의 주가를 통해 기아자동차의 기업가치가 디자인의 변화와 더불어 상승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 업체에 있어 디자인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그 가치를 한층 더 높이고 있는 기아자동차 혁신의 주역은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와 그를 영입한 정의선 사장이라 할 수 있다. 기아차 혁신의 한 가운데에서 고객의 결정적 구매요인이라 할 수 있는 디자인을 총지휘하며 눈에 보이는 성과를 이루고 있는 피터 슈라이어에 대해 알아보자.
■ 기아자동차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 부사장(CDO)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
▶ 1953년, 독일 출생
▶ 1975년, 뮌헨의 산업디자인전문학교
(the Industrie Design Fachhochschule)에서 디자인을 시작
▶ 1979년, 영국 왕립예술대학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여
아우디(AUDI)와 인연
▶ 1980년, 아우디에서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시작
▶ 1991년, 1992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의
아우디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근무
▶ 1992년, 1993년까지 아우디의 컨셉디자인 담당
▶ 1993년, 폭스바겐에서 익스테리어 디자인을 담당
▶ 1994년, 아우디의 디자인 책임자로 근무
▶ 2002년, 폭스바겐 디자인 총괄 책임
▶ 2006년 8월부터 현재, 기아자동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CDO)
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는 최고의 명성을 얻고 있는 자동차 브랜드 중의 하나인 아우디에서만 26년을 재직했다. 그는 A2를 시작으로 A3. A4, A6, A8등 전 라인업을 아우르며 디자인에 참여했고, 이후 아우디 최고 히트작인 TT, TTS를 디자인하며 최고 디자이너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2002년부터는 아우디의 계열사인 폭스바겐에서 디자인 총괄로 일하며 골프 4세대, 5세대모델과 제타, 파사트, 뉴비틀, 이오스 등의 디자인을 담당했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의 아우디 티티 쿠페(Audi TT Coupe)
기아 포르테 쿱 (KIA Forte Coupe)
디자인 철학
슈라이어 부사장의 손을 거친 차량들은 조형적 측면에서 면과 선의 정리가 잘 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전체적인 형태와 조화를 이루며 개연성을 전하는 선들은 그가 디자인에서 강조하는 '절제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듯하다.
폭스바겐 골프 5세대 (Volkswagen Golf 5)
1998년에 현대자동차 디자인연구소와 LG전자 디자인연구소의 디자인 교류전에 참여했던 적이 있다. 당시 현대 자동차 디자이너들에게 선호하는 디자인과 브랜드에 대해 물어봤을 때 획일적이다 싶을 정도로 비슷한 대답을 들었는데, 그들의 한결같은 대답이 바로 '아우디(AUDI)'였다. 당시 디자이너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던 차량 역시 뉴비틀, 티티 등의 아우디와 그 계열사에서 디자인한 차량들이었다. 피터 슈라이어가 디자인을 지휘하던 시절의 아우디 차량들의 디자인을 보면 단순하다 싶을 정도로 조형적 요소들이 억제되어 있는 반면, 자연스럽게 흐르고 만나는 기하학적 곡선과 직선을 활용하여 고유한 인상을 형성하는 매끈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들이 바로 그가 언급하고 있는 정교하고(Precise), 깔끔하고(Clean), 단순한(Simple) 디자인이며, 이를 통해 그가 강조하는 '절제미'가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절제의 아름다움은 정교함과 더불어 완벽함(perfection)을 전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며, 피터 슈라이어의 손을 거친 디자인들이 왜 완벽에 가까운 느낌을 받게 하는지를 설명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KIA K5
그의 가장 최근 디자인이 가장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렇게 언급하는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는 26년간 일해 왔던 아우디를 떠나 기아로 이직했다. 그가 아우디에서 디자인한 차량 중에는 호평을 받을 차량들이 꽤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의 차량을 언급하는 것은 현재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기아차에 있어 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아우디나 폭스바겐 시절의 디자인을 언급한다는 것은 껄끄러울 수 있다. 또 한가지 이유는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신차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최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선호하는 디자인으로 K5를 언급했다. (관련기사 : 아시아경제 (2010.05.03), '화려한 몸매 멋진 車엔 철학·감동이 녹아있다'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0050310025300770) 부산 모터쇼를 통해 그 모습을 공개한 K5는 로체 이노베이션을 베이스로 디자인과 성능을 한단계 향상시킨 모델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그가 가장 좋은 디자인으로 K5를 언급한 것에서 차량 홍보의 측면을 100% 배제시키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의 디자인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남성적 역동성'이 느껴지는 K5 디자인
k5를 보며 그의 디자인 역시 진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아우디나 폭스바겐 시절의 디자인에서는 정교함과 단단함은 느껴졌지만 역동성을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K5의 디자인을 통해 기존의 여성적인 탄력감은 정교함과 섬세함으로 잔존시키면서, 보다 강인하고 날렵한 느낌이 그의 디자인 위에 더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참고 사이트 : http://brandesign.tistory.com/entry/KIA-K5-Exterior-Renewal) 또한 K7의 전면부에서 나타났던 불필요한 조형적 요소들도 K5에서는 많이 정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글을 마치며
피터 슈라이어의 연봉은 100만 유로 정도이며, 체류비 및 기타 경비는 별도로 지원되고 있다고 한다. 100만유로를 원화로 환산하면 19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된다. 일반 회사의 중역 임원과 비교해 본다면 과한 비용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피터 슈라이어는 BMW의 크리스 뱅글(Chris Bangle), 아우디의 월터 드 실바(Walter De Silva) 등 쟁쟁한 디자이너들과 함께 유럽의 3대 자동차 디자이너 중의 한 사람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디자인계의 슈퍼스타이며, 그의 이름 자체가 디자인계에서는 하나의 브랜드로서의 역할을 한다. 세계적인 운동선수들의 경우, 연봉이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사례를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며, 그들이 광고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금액 또한 그에 못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전문가의 영입에 투입된 그 정도의 비용은 합리적이라 볼 수 있으며,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본다면 오히려 슈라이어가 너무 많이 양보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그를 영입한 후 기아차는 전 차종의 개발은 물론, 대외적인 기업의 이미지 재고를 위해서도 디자인을 강조하고 있다. 마케팅에 있어서도 세계적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와 그의 손을 거치는 기아차의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기아차의 우수한 디자인과 더불어 혁신적인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인식시키려 하고 있다. 이러한 기아차의 노력과 피터 슈라이어를 위시한 기아차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결과물들은 대한민국 디자인대상에서 최고상을 수상하고, 해외의 각종 언론에서 디자인에 대해 호평을 받는 등, 여러가지 성과로 가시화 되고 있다. 기아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향상시켰다는 점이나 그의 손을 거쳐 출시되는 차량의 판매 호조를 생각한다면 그에게 지불된 비용은 결코 과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기아차의 위상과 시장을 통해 평가되는 가치만으로도 피터 슈라이어의 영입을 위해 투자된 비용은 이미 그 수십배를 회수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기업의 제품 디자인은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다. 개인의 이름으로 디자인 결과물이 나올지라도 디자인 과정에 참여한 디자인 파트너들, 팀원들과 함께 디자인에 대한 의견과 감성, 발전방향 등을 서로 주고 받으며 디자인은 진화를 거듭한다. 백여명 이상이 근무하는 디자인 연구소의 책임자급이 되면 자신이 직접 디자인을 하는 일은 더욱 요원해진다. 인력 운용을 비롯한 연구소의 경영과 마케팅, 홍보를 위한 외부 활동만 한다 해도 여유가 그다지 만만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칩 디자이너에게는 안목과 더불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통찰력, 디자이너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디자인 책임자는 훌륭한 디렉터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피터 슈라이어가 자동차 디자인계의 히딩크라 한다면 기아자동차 디자인 연구소에는 디자인계의 박지성이 여러명 포진해 있다고 할 수 있다. 프로선수들이 그 지도자의 자극과 보상에 따라 다른 경기력을 나타내는 것처럼, 디자이너 역시 그 수장의 성향과 안목, 리더십과 성과에 대한 보상 등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아무래도 수직적인 우리나라의 조직문화에 익숙한 사람보다는 수평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경력을 쌓아온 피터 슈라이어가 뛰어난 감각과 통찰력을 지닌 디자이너들을 발굴하고 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기아자동차에서도 아우디의 TT나 뉴비틀만큼 수많은 사람들의 소유욕을 자극시키는 드림카가 곧 등장하기를 바라며, 마지막으로 기아 자동차의 많은 디자이너들이 그들이 디자인에 참여한 차량들을 통해 피터 슈라이어와 같은 국제적인 명성을 획득하고 수십억대의 연봉을 받는 스타 디자이너가 되기를 또한 기대해 본다.* (posted by 훈샘 : http://brandesign.tistor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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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 다음날 새벽, 다음 뷰 경제베스트에 턱걸이 했네요^^;;(2010.05.08, 05:00시경)
아래 'view on'과 'mixup' 클릭해 주는 센스를 지닌 아름다운 그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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