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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이야기/디자이너 이야기

국내 완성차 디자인센터장과 자동차 (3편) : 르노삼성 알레한드로 메소네로 상무


국내 완성차 디자인센터장과 자동차 (3편) :
르노삼성 알레한드로 메소네로 상무



     국내 완성차 디자인센터장과 자동차 시리즈의 세번째에서는 르노삼성자동차의 알레한드로 메소네로 상무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본격적인 메소네로 상무 관련 이야기에 앞서 좀 부연설명을 통해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 르노삼성자동차가 르노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르노삼성자동차를 통해 르노가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하는 것을 먼저 파악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르노삼성자동차 디자인센터에서 다루는 디자인 범위와 한계를 파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르노 그룹 패밀리 (Renault Group Family) 연계도

르노 그룹 패밀리 (Renault Group Family) 연계도

     현재 르노삼성자동차의 지분 전체를 르노(Renault)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삼성자동차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삼성자동차의 주식은 전량 폐기되면서 국내에 르노삼성자동차의 일반주주는 없는 상황이니, 르노삼성은 국내에 위치해 있는 르노 소유의, 말 그대로 '외국기업'이라 할 수 있다. 르노 그룹(Renault group)의 입장에서 보면 르노삼성자동차는 한국 내수시장 공략을 위한 로컬 브랜드의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출을 고려해 볼 수도 있으나, 닛산과 르노에서 르노삼성에서 생산하는 차량과 동급의 차량을 생산하여 수출하고 있는 만큼, 르노삼성이 수출을 담당하게 될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참고 : http://brandesign.tistory.com/entry/glocalrenault
     현실적으로 르노삼성자동차의 새로운 모델들은 르노나 닛산에서 기존에 생산되던 차량을 베이스로 마이너 체인지를 하거나 페이스리프트 하는 정도의 수준에서 외관이 변경되어 출시될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참고 : 변경 범위에 따른 자동차 디자인 분류) 이러한 상황에서 르노삼성 차량이 수출된다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르노 그룹 차량의 디자인이 다양해질 수 있다는 장점은 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으나, 같은 그룹의 계열사 브랜드에서 생산되는 동급 차량이 같은 시장을 서로 나눠먹는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 자기잠식)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르노 그룹 입장에서는 그다지 효율적인 브랜드 전략이라 볼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현 상황에서 르노삼성에서 제조한 차량이 수출된다면, 그것은 초과 생산량에 대한 처분과 더불어, 수출 그 자체를 홍보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분측면으로 본다면, 닛산-르노 얼라이언스보다 르노 그룹의 지분률이 높은 르노삼성자동차가 많이 팔리는 것이 르노 그룹의 입장에서는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 규모나 브랜드 인지의 측면에서 이미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닛산이나 르노 브랜드 차량을 유통시키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 짐작된다. 

    이러한 르노 그룹내에서 르노삼성자동차의 전략적 위치와 역할을 고려한다면 '르노삼성자동차'에서 '풀 체인지' 된 새로운 차량이 나온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 르노삼성의 디자인센터는 기존의 닛산이나 르노차량 중에서 국내에 적합한 모델을 선별한 후 이 모델을 국내에서 판매하기 적절한 형태로 일부 수정하는 정도의 작업을 맡게 될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해진다. 달리 말하면 르노삼성 디자인부서는 선행적 디자인을 진행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으며, 기존모델의 부분변경 위주의 후속적, 소극적 디자인 위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르노 그룹 내에서 르노삼성자동차의 위상에 대해 알아야 디자인센터에 대한 업무 기대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되어 필요이상으로 서론이 길어졌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입장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되었을 테니, 르노삼성자동차 내 디자인센터의 주된 업무를 고려하면서 메소네로 상무에 대해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  르노삼성자동차 알레한드로 메소네로 (Alejandro Mesonero)상무


르노삼성자동차 알레한드로 메소네로 (Alejandro Mesonero)상무

알레한드로 메소네로 상무

     메소네로 상무의 경우는 그다지 많은 백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었다. 유명한 디자이너들에 비해 아직 알려질 만한 나이(41세)도 아닌데다가, 르노가 디자인으로 세간에 보편적으로 알려질만한 유명세를 타는 브랜드도 아니라는 점이 핸디캡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메소네로 상무의 인적사항은 다음과 같다.(관련 기사 :  http://newswire.ytn.co.kr/newsRead.php?md=A02&tm=3&no=425967&cat=105 )

     ▶ 성명: 알레한드로 메소네로 (Alejandro MESONERO) 
     ▶ 최종학력: 영국 왕립예술대학 (Royal College of Art)
                  자동차 디자인 석사 졸업 
     ▶ 주요경력
      - 2009년 9월 1일 르노삼성 디자인 총괄 (상무)
      - 2008~) 르노 Advance & Innovation 디자인 감독 역임 
      - 2005~) 르노 Upper Range 디자인 감독
                라구나 쿠페 총책임자 역임 
      - 2001~) 르노 외장 선임 디자이너 역임 
      - 1994~) 폭스바겐 아우디 그룹 디자이너 역임 

     디자인 명가라 할 수 있는 RCA(Royal College of Art)와 폭스바겐 아우디 그룹을 거쳤다는 점은 다른 유명 디자이너들과 유사한 행보라 할 수 있으나, 대표적인 디자인 결과물은 명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그의 손을 거쳤으리라 판단되는 라구나 쿠페와 2008년 이후, 2009년 중반까지의 르노 컨셉트 카를 살펴보면 그의 디자인 취향을 알 수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디자인 철학 


     메소네로 상무는 '시대를 초월하는 美'를 추구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눈을 즐겁게 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하는데다 유행에 관계없이 언제나 사랑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시대를 초월하기 위해 요구되는 조형요소로서 '균형'을 강조한다. 그는 "사람들의 얼굴은 눈, 귀, 코, 입 등 동일한 요소로 이뤄져 있지만, 각각의 얼굴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구성요소들 간 균형"이라면서 "균형이야말로 자동차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이 원칙은 차량 전면부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르노 라구나 쿠페를 개발할 때도 독창성을 강조하기 위해 적절한 균형과 구성요소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고 회고한다. (관련 기사 :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0050310025300770
     
2007 르노 라구나 쿠페 컨셉카(2007 Renault Laguna Coupe Concept) Front And Side Tilt
2007 르노 라구나 쿠페 컨셉카(2007 Renault Laguna Coupe Concept) side
2007 르노 라구나 쿠페 컨셉카(2007 Renault Laguna Coupe Concept) rear

2007 르노 라구나 쿠페 컨셉카(2007 Renault Laguna Coupe Concept)

개인적으로 라구나 쿠페 컨셉카의 면과 선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모를 부조화와 선들의 갈등이 느껴진다. 좋아 보이는 듯 하면서도 뭔가 어긋나 있는 미묘한 스타일이랄까. 곡선적인 요소들이 좀 더 직선적으로 바뀌면서 조형적인 재미가 다소 감소해버린 애스턴 마틴(Aston Martin)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후면 범퍼 파팅라인도 없어 컨셉카임을 감안하더라도 비현실적인 느낌이 든다.(이미지 출처 : http://www.automotto.org/entry/renault-laguna-coupe-is-the-next-to-roll-out-of-the-renault-factory/ )

르노 라구나 쿠페(Renault Laguna Coupe, 2008) front
르노 라구나 쿠페(Renault Laguna Coupe, 2008) side
르노 라구나 쿠페(Renault Laguna Coupe, 2008) rear

르노 라구나 쿠페(Renault Laguna Coupe, 2008)

컨셉카의 디자인이 잘 반영되었으나, 트렁크 윗부분의 기와지붕형 라인은 여전히 거슬린다.
(이미지 출처 :
http://www.carlnc.com/Dbg_Board/board2/content.asp?id=3055&pagec=6&boardname=newmodel )



선호하는 디자인의 차량 : '스타우트 스캐럽', '페라리 데이토나'  


     그는 가장 인상 깊었던 차로 '스타우트 스캐럽'과 '페라리 데이토나'를 언급한다. 전혀 다른 디자인이면서도 시대를 초월하는 공통된 아름다움을 지녔기 때문이라 그는 설명한다.


■ 스타우트 스캐럽 (Staut Scarab) 

     엔지니어이자 미래학자이면서 오토바이, 항공기, 자동차 등 다양한 디자인을 완성시킨 '윌리엄 부시넬 스타우트(William Bushnell Stout)'에 의해 1932년 프로토타입이 완성되고 '스캐럽(Scarab, 풍뎅이)'이라 명명된 이 다인승 차량은 편안한 여행을 위해 개발된 차량으로, 최초의 MPV (multi-purpose or multi-passenger vehicle) 개념을 지닌 차량이라고도 볼 수 있다.

스타우트 스캐럽 (Staut Scarab) front-side01
스타우트 스캐럽 (Staut Scarab) front-side02
스타우트 스캐럽 (Staut Scarab) rear

스타우트 스캐럽 (Staut Scarab, 1936년 제작 추정)

(이미지 출처 : http://www.jalopyjournal.com/?p=3094) 

     스타우트는 이 스캐럽 프로토 타입의 완성에 자극을 받아 스크랩을 생산하기 위해 1935년에 '스타우트 자동차 회사(Stout Motor Car Company)'를 설립하고 여러대의 스캐럽을 생산한다. 1939년까지 9대의 스캐럽이 양산되었으며, 이중 5대가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타우트 스캐럽은 그 이름처럼 풍뎅이를 닮은 독특한 유선형의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스타우트가 항공기를 디자인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항공기의 본체와도 유사한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형적으로 재미를 주는 요소 중의 하나는 선적인 요소가 적당히 분배되어 있다는 점이다. 전면 트렁크 부위와 헤드라이트, 측면 가니쉬, 후면부 도어 부분에 적당히 촘촘한 철사 가닥들 같은 느낌의 선(line)적 요소들이 부가되어, 자칫 밋밋해질 수도 있었던 곡면 덩어리에서 면적인 느낌의 변화와 더불어 적당한 텐션이 살아나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면 잘 어울릴 듯한 디자인이다. 

※ 참고사이트 : http://www.independent.co.uk/life-style/motoring/features/stout-scarab-733036.html
                http://dieselpunks.blogspot.com/2009/05/stout-scarab.html
                http://www.canadiandriver.com/2005/07/29/motoring-memories-william-stout-and-his-scarab.htm


■ 페라리 데이토나 (Ferrari 365 GTB/4 Daytona) 

     데이토나는 공식적인 명칭이 아니다. '데이토나(Daytona)'. 데이토나는 미국 플로리다 주의 해변인 '데이토나 비치'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24시간 자동차 경주 이름이다. 페라리는 1966년 6월 르망 24시간 경주에서 포드에게 패했는데, 다음 해인 1967년 2월 5일 포드의 나라인 미국의 데이토나 경주에서 다시 포드를 물리치고 1,2,3위를 모두 차지함으로써 자존심을 되살렸다. '데이토나'라는 별칭은 이것을 기념하는 것이다. 그래서 언뜻 보기에는 바로 이 차가 데이토나 경주에서 우승한 차인 듯 하지만, 실제로 1967년 데이토나 경주에서 우승한 페라리는 365 GTB/4가 아니라 'P4'프로토타입 모델이었다. 단지 데이토나 경주에서의 우승이 그만큼 페라리에게 큰 기쁨이었고, 이 우승을 반영하여 다음 해에 발표되는 새 모델의 이름은 '데이토나'일 거라고 누구나 기대했다. 그러나 페라리는 공식적인 이름에는 '데이토나'를 넣지 않고 365 GTB/4로 발표했는데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데이토나'를 별칭으로 붙여 이 모델의 이름은 '365 GTB/4 데이토나'라고 알려졌다.

페라리 데이토나 (Ferrari 365 GTB/4 Daytona)

페라리 365 GTB/4 데이토나 (Ferrari 365 GTB/4 Daytona)


      365 GTB/4 '데이토나(Daytona)'라는 모델명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365'라는 숫자는 이 차의 엔진이 약4.4리터에 V형 12기통인데 각 기통별 배기량을 계산해 보면 바로 365cc라는 숫자가 나온다. 'GTB'는 영어로 '그랜드 투어링 쿠페(Grand Touring Coupe)', 이탈리아어로는 '그란 투리스모 베를리네타(Grand Turismo Berlinetta)'인 차형태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GTB는 이탈리아어의 앞 글자들을 딴 것이다. GTB는 흔히 루프가 있는 폐쇄된 형태의 스포츠카를 의미한다. '4'라는 숫자는 이 차의 엔진에 캠샤프트가 4개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페라리가 1946년부터 1966년까지 채용했던 2 캠샤프트와 차별성을 부각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페라리 365 GTB/4 데이토나 (Ferrari 365 GTB/4 Daytona) front
페라리 365 GTB/4 데이토나 (Ferrari 365 GTB/4 Daytona) side
페라리 365 GTB/4 데이토나 (Ferrari 365 GTB/4 Daytona) rear

페라리 365 GTB/4 데이토나 (Ferrari 365 GTB/4 Daytona)


     전체적인 스타일은 피닌파리나가 담당했으나, 보디는 스캴리에티(Scaglietti)가 맡았다. 이 차의 스타일 중 개폐식 전조등과 다섯 개 꼭지 별모양의 알로이 휠이 특징이다. 특히 이 차의 원래 전조등은 뒤로 움푹 들어간 플라스틱 전조등이었는데, 미국 법규상 불법으로 규정되면서 개폐식 전조등으로 바뀌었다.
     365 GTB/4의 파생 모델로는 1968년 발표된 컨버티블 버전인 365 GTS/4와 북미 경주팀(NART: North American Racing Team)이 주문하여 1971년부터 1973년까지 15대 특별 제작된 경주용 경량 모델로 흔히 'NART 데이토나'라고도 불리는 모델이 있다.
     날렵한 스타일과 페라리다운 스포츠카 성능으로 '20세기 명차 100선'에 선정된 차종이다
( 참고 사이트 : http://car.blogner.net/76 )


     전체적으로 군더더기(불필요한 조가형적 요소)가 거의 없는 차량이다.
     유려하게 흐르는 사이드의 곡선이 매우 아름답고, 이 곡선과 한데 어우러진 직선들이 너무나 조화롭다. 헤드램프가 아랫쪽으로 숨어 깔끔해진 전면부와 날렵하게 마무리 된 후면부의 디자인 또한 인상적이다.
     페라리 365 GTB의 디자인은 트렌드를 세팅한 스타일로 쉘비 데이토나, 포드 머스탱(1970년형 이후) 등, 이후 등장한 수많은 스포츠카의 스타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된다. 

     메소네로 상무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스타우트의 스캐럽과 페라리 365 GTB/4, 이 두 차량은 그 고유함과 이상적 스타일을 통해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줘왔으며, 앞으로도 줄 것이라 생각된다. 


르노삼성자동차 임명 이후 첫모델, '뉴SM5'  


     뉴SM5는 그는 한국에 오기 전에 이미 80%이상 자체적으로 디자인 되어 있었다 한다. 하지만 디자인에 있어 그 나머지 20%가 전체적인 이미지와 완성도를 모두 갈아치울만큼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디자이너라면 대부분 수긍할 것이다. 뉴SM5가 메소네로 상무의 임명 후 첫 출시차량임을 감안하면, 적어도 80% 이후의 디자인에 있어서 그의 영향력이 결코 작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르노삼성측은 SM5의 외관에 대해 차에 지나치게 꾸밈이 많으면 첫 인상은 좋을 수 있지만, 금세 식상하게 되기 쉽다며, SM5는 우아, 진보, 정확함을 목표로 설계돼 첫 인상 뿐 아니라 두고두고 오래 보아도 좋은 이미지로 남을 수 있도록 디자인 됐다고 한다.     
(참고 사이트 : http://www.aboutcar.co.kr/1241 )


     메소네로 상무는 뉴SM5에 그의 철학이 반영되어 있다고 평가한다. 오랫동안 두고 봐도 질리지 않는, 그가 늘 강조해온 균형미가 녹아 있다고 그는 전한다.

     '균형(balance)'이라는 단어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길 수 있다. 단순하게는 상하좌우의 형태적 균형과 무게감의 균형이 있을 수 있고, 시각의 흐름 측면에서의 균형, 종적으로는 과거와 미래를 잇는 시간적 개념의 균형에 이르기 다양한 균형의 의미와 가치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오랫동안 두고 봐도 질리지 않는' 것은 조형적 요소가 '균형'을 이룬 것보다, 조형적 요소가 '절제'되어 있는 대상물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메소네로 상무가 생각하는 균형과 내가 생각하는 균형에는 상이한 의미와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제부터는 나와 다른 시각과 취향을 지닌 이들에게 욕먹을 것을 각오하고 뉴SM5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느낌을 적겠다. 성능이나 가격 같은 다른 요인들은 내가 잘 모르는 영역이니, 단순히 눈에 보이는 익스테리어 디자인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겠다. 
     몇 주일 전 주차장에서 생소한 측면 라인의 차량이 주차 중인 것을 보았다.  
     '어, 이게 뭐지?' 하면서 주차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차량이 어느정도 주차되면서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차가 완료되어 전면부가 다 드러났을 때,
     '에,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몸매가 멋져 쫓아가 봤더니 얼굴이 꽝인 느낌이랄까.  
     결정적으로 뉴SM5는 첫눈에 질린다. 오랫동안 두고 보고 싶지 않게 생겼다. 전면과 후면에서 선적인 요소간의 균형은 온데 간데 없다. 서로 다른 느낌의 직선과 곡선들이 인접해서 조형적 개연성을 망가뜨리고 있다. 헤드램프라인과 곡선으로 굴곡 없이 연결된 둥글한 보닛 라인을 보고 있자니, 보닛을 손보지 않고서는 마이너 체인지를 해도 그다지 시원스럽게 스타일이 개선되지 않을 듯한 느낌도 든다. 
     조형적 텐션(긴장감)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텐션이 느껴지는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조형적 개연성이 없는 상태에서 텐션이 형성되니 미묘한 이질감과 엉성한 느낌이 든다. 20여년 전에 나왔다면 그럭저럭 봐줄만 했을지도 모르겠으나, 트렌드는 배제하더라도 답답한 느낌을 떨칠 수 없는 디자인이다.
     
     만약 메소네로 상무가 디자인 마무리 과정에서 자신의 스타일과 취향을 반영시켰다면, 메소네로 상무의 취향과 나의 취향은 전혀 다른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 디자인연구소 시절, 나로서는 그다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러한 형태를 좋아하던 분이 계셨던 것이 새삼 기억에 떠오른다. 결국 디자인의 성패는 디자이너의 취향이 아닌 대상 고객층의 취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나의 취향이 아니더라도 고객들이 디자인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이러한 평가가 구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메소네로 상무의 취향이나 판단이 더 바람직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마무리 하며  


     대부분의 익스테리어의 경우, 페이스리프트 수준 이상의 디자인 변경이 있으면 변화된 트렌드에 맞춰 진보된 느낌을 갖게 되고, 형태의 로직, 즉 각각의 선이나 면들이 이전 모델보다 더 밀접한 개연성을 갖고 형성되어 이전 모델에 비해 디자인이 향상되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헌데 삼성자동차를 보면 1998년도의 SM5부터 시작하여 현재의 르노삼성자동차에서 개발한 모델에 이르기까지 앞서 설명한 사례와는 달리 원래의 베이스 모델 정도의 수준이거나 오히려 스타일 측면에서는 더 퇴보한 듯한 느낌의 디자인 결과물들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베이스 모델보다 더 좋게 보이면 안된다는 제약을 받는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르노삼성을 포함하여 이제까지 르노에서 나온 모델이나 컨셉카 중에 기억에 떠오르는 것이 별반 없다. 이러한 사실은 르노에서 제작한 차량들이  완벽함이 느껴지는 스타일을 지닌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부각될만한 고유한 스타일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의미이다. 아마도 무난한 것일 수는 있겠다. 하지만 무난하지 않은 디자인은 무엇이며, 차를 무난하지 않게 디자인 하는 브랜드는 또 어디 있는가? 스타일이 다소 과격하다 해도 대개는 '무난함'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법이다.
     르노 그룹에는 15명 정도로 구성된 르노 디자인 위원회가 있다고 한다. 르노가 자신들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찾으면서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디자인으로 인정받으려면 일단 그 위원회부터 해체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위원회 구성원의 디자인 판단능력과 안목을 어떻게 측정하여 선발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100인 100색이라 말하듯, 사람마다 각기 다른 미적 가치를 가지고 있고, 특히 디자인을 해서 그 위치까지 갔다면 디자인에 관한한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이 있을 터인데, 한 차량에 대해 10여명이 각기 다른 디자인적 가치들을 추구하면서 디자인 요소들을 가감한다면 도대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정말 궁금해진다.
     우리나라에도 '위원회'가 참 많은데, 멋진 결과물을 적절한 시기에 얻고자 한다면 끊임없이 프로젝트 과정에 허들을 설치하는 위원회 보다는 안목과 통찰력을 지니고 일을 잘 계획하여 실질적으로 멋지게 수행해 낼 수 있는 검증된 전문가 한두명이 기업의 입장에서는 더 가치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전문가보다 확실히 뛰어난 안목과 통찰력을 지녔다는 것이 검증된 위원들이 아닌 이상, 위원회는 그 전문가들이 하는 일에서 멀찍이 떨어져 주는 것이 오히려 그들을 도와주는 셈일 것이다. 만일 내가 르노 그룹장이라면 우선 디자인 위원회라는 실효성이 의심되는 조직부터 해체하고, 소비자로부터 뛰어난 디자인이라 평가받는 차량을 지속적으로 도출하고 있는 디자이너와 그의 팀원들을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영입할 것이다.

    메소네로 상무는 2009년 9월에 르노삼성자동차의 디자인총괄 상무로 부임하여 아직 1년이 지나지 않은 상태이다. 르노삼성자동차라는 조직과 한국의 문화에 적응하여 그의 역량을 100% 발휘하기에는 기간이 아직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일 것이다. 그는 분명히 나와는 다른 디자인 감성을 지닌 디자이너이다. 그의 디자인 취향을 만족시키면서도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멋진 디자인을 선보이길 기대한다.* (posted by 훈샘 : http://brandesign.tistor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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