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자와 대화하는 이동용 로봇, 피보2
현재 30~40대 연령층의 대다수는 어린 시절에 태권 브이, 마징가 제트, 그레이트 마징가, 그랜다이져, 짱가, 그로이져 엑스 등, 거대 로봇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랐을 것이다. 나 역시 그 세대 중 한 명으로, 이러한 애니메이션의 영향 때문인지, 로봇이란 단어를 들으면 '안에 탑승해 조종하는 거대한 기계 장치'가 연상된다. 근래에는 청소 로봇의 판매가 증가되어 아무도 없는 집 안을 요리조리 돌아다니며 알아서 청소하고 다닌다던데, 그런 것은 로봇이라기보다 저 혼자 알아서 돌아다니는 '기계'라고 생각될 뿐이다. 로봇이란 건 내가 조종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게다.^^;; 아마도 인간은 커다란 물체를 통제하고 조종하는데서 나름의 만족감을 얻는 듯 하다. 이러한 욕구가 좀 더 멋지고 큰 차를 소유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고 보니 자동차도 일종의 로봇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마징가 제트의 머리 위로 쏙 날아앉던 제비호(호버 파일더) 같은 느낌이든지.
설명하기도 힘든 최첨단 제어장치들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자동차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령을 수동적으로 수행하는, 거의 '말없는 기계'로만 인식되어 왔다. 자동차는 단순한 경고음, 안내 멘트나 소음, 엔진의 그르렁 거림만으로 운전자의 명령이나 자신의 상태에 대해 반응해 왔다. '전격 제트 작전(Knight Rider)'의 '키트(Kitt)'가 흥미로웠던 것은 단지 성능이 뛰어나서만은 아닐 것이다.
2007년 동경모터쇼에 등장한 닛산 피보2 (Nissan Pivo2). 둥근 형태가 마징가 제트의 호버 파일더(제비호)를 연상시켰다.
(이미지 출처 : http://www.carbodydesign.com/gallery/2007/10/05-nissan-pivo-2-concept/9/ )2007년 10월 5일, 도쿄 모터쇼에 앞서 그 모습을 드러낸 닛산의 피보2(Nissan Pivo2)는 자동차에 더욱 향상된 두뇌와 입을 달아준 '이동용 로봇'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피보2의 운전석 앞에는 얼굴 인지 기술을 통해 운전자의 기분에 따라 운전자에게 말을 하고 운전자의 말을 듣는 로봇 에이전트가 탑재되어 있다. 이 로봇 에이젼트는 만화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파티마나, 영화 스타워즈의 R2D2를 연상시킨다. 피보2는 대화하고 반응하는 생명체로 진화하는 자동차의 미래를 엿보게 한다.
닛산 피보2의 로봇 에이젼트. 손오공(혹은 원숭이)를 닮은 귀여운 인상^^
이미지 출처 : http://www.carbodydesign.com/gallery/2007/10/05-nissan-pivo-2-concept/9/ , http://inhabitat.com/2008/03/11/transportation-tuesday-robotic-eco-nissan-pivo-2/ )차체의 어느 곳이든 반응이 가능한 몸체로 봤을 때, 굳이 로봇 에이젼트라는 형태로 인터랙티브의 형식을 드러내야 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는 점에서 뭔가 너무 많이 간 듯한(오버스러운) 느낌도 들지만, 직접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창구를 눈에 보이는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볼거리를 제공하는 재미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피보2의 기초가 된 피보 (Nissan Pivo, 2005)
(이미지 출처 : http://www.ee.sun.ac.za/schools/index_eng.html , http://johnnyholland.org/2008/11/22/nissans-concept-car-pivo/ )속속 등장하는 전기차를 볼 때마다 기존의 엔진차량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느낌을 받아왔다. 전기 모터는 여러개로 나눠 각각의 바퀴를 구동할 수도 있을 것인데, 전기차라고 하는 차들을 보면 하나같이 엔진룸과 같은 공간이 차량 앞부분이나 뒷부분에 있고, 차량의 형태 역시 기존의 엔진차량과 유사한 2박스나 3박스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피보2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전기차의 형태는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라디에이터가 없으니 에어인테이크 부분(라디에이터 그릴)이 필요 없고, 엔진이 없으니 엔진룸이 필요 없다. 모터를 각각의 바퀴에 달아 독립적으로 구동할 경우에는 좌우의 바퀴를 연결시키는 축조차 필요 없어진다. 조향장치(steering wheel)에 있어서도 둥근 핸들형태가 필요한 이유는 기존의 엔진차량을 통해 '학습된 감각, 경험'이외에는 그 당위성을 찾기 힘들어 진다.
이미지 출처 : http://www.carbodydesign.com/gallery/2007/10/05-nissan-pivo-2-concept/9/ , http://inhabitat.com/2008/03/11/transportation-tuesday-robotic-eco-nissan-pivo-2/ )
애니메이션 '마징가 제트(Mazinger Z)'의 '호버 파일더(Hover Pileder)'. 하나하나 뜯어보면 닮은 곳이 없음에도 왠지 유사한 뉘앙스가 느껴진다.
( 이미지 출처 : http://www.toystoreinc.com/servlet/the-7401/Tamashii-cln--Mazinger-Z-cln--Hover/Detail ) 이제까지 대부분의 컨셉카들은 스타일이나 성능이 컨셉의 중심이 되어왔고, 조금 더 진보한 경우가 친환경성이나 탑승 방법, 탑승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차량을 소유하면서 누구나 당면하게 되는 차량이 차지하는 '공간'에 대한 문제, '주차'의 문제, 좁은 공간 내에서 차량 운행의 관건이 되는 '회전 반경'에 대한 문제 등은 그다지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다. 아마도 기능적인 문제보다는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는 스타일이, 보여주기 위한 '쇼'라는 측면에서 훨씬 강렬하게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피보2는 스타일도 흥미롭지만, 좁은 공간에서 효과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독립적인 바퀴의 움직임도 일반적인 컨셉트 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바퀴의 양쪽을 묶고 있던 축에서 바퀴를 독립시켜서 각각의 바퀴가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회전반경과 동선 범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되었다. 피보2는 탑승자와의 인터랙션(interaction, 소통)이라는 측면 뿐만 아니라 이동수단으로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인 이동이나 회전반경, 주차의 문제도 꼼꼼하게 반영하고 있다.
인간의 진보는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수긍하고 원하는 상상은 기술로 개발되고, 이러한 기술은 제품의 형태로 사람들과 접하게 되며, 보편화된 제품은 삶의 방식을 변화시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한다.
피보2의 등장은 또다른 영감을 불러일으키며 다양한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피보2와 동일한 형태는 아닐지라도 피보2에서 보여줬던 다양한 개념과 기능은 미래의 자동차와 자동차 문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 예상한다.* ( posted by 훈샘 : http://brandesign.tistor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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