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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이야기/자동차·운송기기

직접 만드는 자동차 DIY Kit



자동차, 이젠 직접 만들어 볼까?
만드는 재미, 작동하는 재미, Kit Car



     국민학교 2~3학년 시절, 플라모델(pla-model, 프라모델, plastic model) 조립하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부모님이 가끔 주시던 용돈을 아무데도 쓰지않고 꼼꼼히 모아 비교적 저렴한 플라모델(50~200원)을 한 달에 한두개 정도 구입하여 조립하곤 했다. 구입한 플라모델을 아버지께서 발견하시면 아까운 돈을 쓸데없는데 낭비한다는 꾸중을 하셨기 때문에, 하교길 문방구에서 구입한 플라모델을 집에 돌아가는 길 중간 쯤, 남의 집 대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친구와 함께 만들고, 집에 들어갈 때는 가방이나 신발주머니 안에 감춰뒀던 기억이 난다. 게타로봇이나 라이덴 같은 것들은 플라스틱 조각을 떼어내 조립하던 그 때의 촉감이 아직도 남아 있다.(내가 다닌 학교는 '초등학교'가 아니라 '국민학교'였기 때문에 '국민학교'라 표현하였다.) 
      군것질도 전혀 하지 않고, 다음에 사고자 하는 플라모델을 목표로 용돈을 꼬박꼬박 모아, 부모님의 꾸중까지 감수하면서 내 손으로 직접 만든 플라모델은 당시 내가 가진 그 어떤 물건보다 소중하게 느껴졌다. 플라스틱 조각들에 불과하던 것이 내 손을 거쳐 모습을 갖춰 가는 과정에서 나와 기(氣)를 나누거나, 혹은 내가 생명을 불어넣은 기분이랄까?^^ 아마도 1970년 전후에 태어나신 분들 중에는 이런 기억을 가진 분들이 상당수 계시리라 생각된다. 이런 기억들 때문에 오래된 플라모델이 경매 사이트에서 고가에 거래되기도 하는 것일 게다. 아마도 플라모델과 함께 추억도 구매하고 싶은 것이리라.
 
     차량도 플라모델처럼 프레임을 기본 뼈대로 하여 각각의 부품들을 그 위에 조립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면 여러가지 외관 구성요소들을 옵션으로 만들어 자기가 원하는 형태, 익스테리어를 선택하거나, 일부 부위만 주문제작하여 나만의 차량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했다.
      어찌 이런 생각을 나만 하겠는가. 내가 어떤 생각을 하거나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있는 바로 그 순간, 동시에 유사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는 수십명이 넘을 것이라고 대학시절 김철수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하는 사람, 기업도 어딘가에는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이 발전하고 문화가 지속적으로 진일보할 수 있는 것일 게다. 이러한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조립하여 타고 다닐 수 있는 차량을 판매하는 업체가 있다.
      기존 차량의 외관을 독특하게 개조하여 판매하는 일본의 미츠오카(Mitsuoka)라는 업체에서 구매자가 직접 조립하여 타고 다닐 수 있는 키트카(Kit car)를 판매하고 있다. 물론 외관과 구성품들은 구색이 많지 않은 듯 하지만 옵션으로 선택이 가능하다 한다. 
     그 외에도 몇몇 업체들이 있으니, 어떤 업체의 어떤 모델들이 있나 살펴보자.   


■  미츠오카의 마이크로카 키트(Mitsuoka Microcar)  

     조립하는 키트의 형태로 판매되는 미츠오카의 마이크로카에는 K-1, 2 시리즈와 K-4 시리즈가 있다. 'K-1'과 'K-2'는 1인승 형태로 생겼으며, 'K-3'와 'K-4'는 1950년대의 F1 경주차량의 모습을 닮았다. K-1, 2 시리즈는 50CC엔진, 혹은 72V 전기 모터 중 구동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미츠오카의 마이크로카 MC-1, K-1 (Mitsuoka Microcar MC-1, K-1)

미츠오카의 마이크로카 MC-1, K-1 (Mitsuoka Microcar MC-1, K-1)


미츠오카의 마이크로카 K-2 (Mitsuoka Microcar K-2) front
미츠오카의 마이크로카 K-2 (Mitsuoka Microcar K-2) rear

미츠오카의 마이크로카 K-2 (Mitsuoka Microcar K-2)


미츠오카 마이크로카 K-1, K-2 카탈로그(Mitsuoka Microcar K-1, K-2 catalogue)

미츠오카 마이크로카 K-1, K-2 카탈로그(Mitsuoka Microcar K-1, K-2 catalogue)


     미츠오카의 마이크로카 중에 눈에 익은 스타일이 보인다. 미쓰오카 K-2 모델은 1985년 테리 길리엄(Terry Gilliam)이 연출한 영화 '브라질(Brazil, 국내명 '여인의 음모')'에서 나오는 차량과 비슷하게 생겼다.(아래 영화 장면 참고^^) 이 차량의 오리지널 모델은 1958년에 제작된 '메서슈미트(Messerschmitt)'라 할 수 있다. 영화 속에는 포스트 모더니즘의 인상을 풍기는 여러가지 소품들이 등장한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디자인 전공자나 디자이너라면 한번 쯤 봐줘야 하는 'Must Watch' movie들 중 하나랄까. 잠깐 삼천포로 빠져 브라질에 등장하는 차량과 그 오리지널 차량 이미지를 한번 감상해 보자.

 미쓰오카 마이크로카 K-2 모델과 유사하게 생긴, 영화 '브라질(Brazil, 1985)'에 등장하는 차량.

미쓰오카 마이크로카 K-2 모델과 유사하게 생긴, 영화 '브라질(Brazil, 1985)'에 등장하는 차량.


영화 브라질에 등장하는 차량의 원조 메서슈미트(Messerschmitt, 1958)

영화 브라질에 등장하는 차량의 원조격인 '메서슈미트(Messerschmitt, 1958)'


     다시 미츠오카의 마이크로카로 돌아가자. 이번엔 'K-3(type F)'와 'K-4' 키트를 살펴보자. 생긴 건 2인승처럼 생겼는데, 운전석 옆자리는 돌출되어 사람이 앉을 수 없을 듯 하다. 내가 타면 엽자리까지 꽉 찰 것 같다. 우리 아들이나 억지로 앉힐 수 있을까. 

미츠오카의 마이크로카 K-3 (Mitsuoka Microcar K-3)

미츠오카의 마이크로카 K-3 (Mitsuoka Microcar K-3)


미츠오카의 마이크로카 K-4 (Mitsuoka Microcar K-4)
미츠오카의 마이크로카 K-4 (Mitsuoka Microcar K-4)

미츠오카의 마이크로카 K-4 (Mitsuoka Microcar K-4)


     2007년도에 등장한 K-4모델은 500여개의 부품으로 40여 시간에 조립이 가능하며, 최고 시속 50km/h를 낼 수 있다고 한다. 가격은 K-1, 2가 45만엔 정도인 반면, 엔진 스펙은 그다지 크게 다르지 않은 K-4의 경우는 $6,460로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라 할 수 있다. (참고 사이트 : http://auto.commongate.com/post/Japanese_do-it-yourself_little_kit_cars/)
     미츠오카의 마이크로카, 자동차 계의 스쿠터 정도로 보면 되려나^^;; 확실히 K-1, 2보다는 좀 더 고가여서 그런지 K-3, 4가 훨씬 더 '차스러워' 보인다.^^ K-3 타입 정도 조립해서 아들 옆에 태우고 마실 나가고 싶어진다.^^






■  FM 웨스트필드 에스이아이 미아타 키트(FM Westfield SEi Miata kit)

'Flyin' Miata'사의 'FM 웨스트필드(FM Westfield)'

'플라잉 미아타(Flyin' Miata)'사의 'FM 웨스트필드(FM Westfield)'


     미국업체인 'Flyin' Miata'의 'FM Westfield'는 DIY 차량계의 대표선수급이라 할 수 있다. FM 웨스트필드 역시 구매자가 조립하는 키트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 차량은 스타일 측면에서 미츠오카의 K-3, K-4와 유사하다. 스타일 측면에서 미츠오카가 벤치마킹 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13,990(약1,540만원)로 미츠오카 K-4의 두배가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크기가 미츠오카의 마이크로카보다 크고 배기량도 커서, 번호판을 달아야 하는 진짜 2인승 차량이고, 50년대의 F1 경주차의 자세가 나오니, 어중간한 준중형보다 스포티한 개성을 찾고 싶은 이들에겐 나름 투자 가치가 있어 보인다. 




글 마무리...

     자동차 전문가나 기술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구매하여 조립을 할 수 있는 차량인만큼,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양산하는 차량 정도의 복잡하고, 고도의 전문적인 조립 기술이 요구되는 최첨단 기능 등은 키트 카에서 어느정도 배제가 되는 듯 하다. 잠깐 찾아본 바로는 유럽, 일본, 미국 등 세계 각국에 키트 카를 판매하는 업체들이 몇몇 있는 것 같았다. 특히 FM 웨스트필드와 같은 형식의 심플한 형태의 클래식 레이싱카 같은 키트 카가 많아 보였다. 이러한 형태의 차량이 많은데에는 차량 내부에 복잡한 기능이나 전자 장비 등을 설치할 수 없는 키트카의 핸디캡을 차량의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운전자가 차량에 탑승하여 운전하고 주행할 때의 '쾌감'으로 커버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키트 카는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봐도 소수의 매니아들만이 즐기는, 호사스런 취미활동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츠오카 같은 저가의 키트카 세트들이 많이 나오고, 여유가 생기는대로 부품을 따로따로 구입해 조립할 수 있는 키트카 형식의 저가 차량이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된다면, 주말에 창고에 틀어박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아빠들이 꽤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조립식 차량에 대한 제도적 방침이 마련되어, 플라모델의 추억을 진화시키고 싶은 사람들의 취미활동으로 이어진다면 어떨까? 당장 한대 구입해 조립하여 나도 타보고, 아들 녀석들도 태워보고 싶어진다. 마치 어린 시절 부모님 눈을 피해 남의 집 대문 앞이나 골목 어귀에서 가슴 졸이며 프라모델을 조립하던 아이처럼, 아내와 자식들의 눈총을 받으며 창고 속에 웅크리고 앉아, 자신의 손으로 완성시켜 움직이게 될 차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차를 열심히 조립하고 있을 수많은 아빠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 posted by 훈샘 : http://brandesign.tistor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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