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브랜드 이야기/브랜드 전략

글로컬(glocal) 브랜드 사례 : 르노삼성자동차와 르노 그룹


     국가간 무역장벽의 해체가 가속화 되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경제의 변혁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막대한 자본, 막강한 영업력과 브랜드 파워를 지닌 글로벌 브랜드들은 무장해제된 지역으로 신속히 파고들어 시장을 장악하고, 높은 장벽을 쌓은 뒤 잠재진입자들이 얼씬거리지도 못하도록 '사다리 걷어차기'를 계속하고 있다.   
     시장이 국가를 초월하여 점점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로컬 브랜드는 판매 대상 지역에 대한 시야를 확대하여 글로벌 브랜드화 되어야 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으며, 글로벌화(세계화, globalization)된 브랜드는 각국(각 지역)의 인식과 문화에 적합하도록 로컬화(지역화, Localization) 되어야 하는 상황이라 말할 수 있다.


■  글로컬화(glocalization)와 르노 그룹(Renault group)


     르노삼성자동차와 르노 이야기에 앞서 거창하게 서두를 꺼냈는데, 이는 로컬 브랜드의 글로벌화를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르노'와, 글로벌 브랜드를 로컬에 잘 적용시켜 효과를 거두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의 사례가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상당히 괘씸할 수도 있지만,) 브랜드의 글로벌화와 로컬화를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글로컬 브랜드의 드문 사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판단했기에 진부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지만 글로벌화와 로컬화의 의미와 당위성을 먼저 언급한 것이다. 
     
      근래 흔하게 회자 되고 있는 '글로컬(glocal)'의 의미는 '독특한 지역적(로컬) 요소를 세계적(글로벌)으로 전파시키는 것' 정도의 협의적 내용으로 국한되어 통용되고 있는 듯하다. 이미 알다시피 'glocal(글로컬)'은 'global(세계화)'과 'local(지역화)'이라는 단어가 한데 얽혀 만들어진 단어이다. 이는 일부 지역의 것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범세계화 된다는 의미와 함께, 세계적인 것이 각 지역에 적합하게 현지화 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르노 그룹이 브랜드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글로컬 브랜드 전략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야기는 국내(로컬)의 관점을 기점으로, 르노삼성자동차의 모체라 할 수 있는 삼성자동차에서 시작하여 르노삼성, 글로벌 브랜드라 할 수 있는 르노의 순으로 엮어봤다.


삼성자동차 


삼성자동차 엠블럼

삼성자동차의 엠블럼

     르노삼성자동차의 모체는 1995년 3월에 설립된 삼성자동차라 할 수 있다. 2~3년만 기다렸다면 기아, 대우, 쌍용 등 국내업체들 중 하나를 선택하다시피 인수하는 쉬운 방법으로 국내의 기술력을 흡수하면서 자동차 분야에 진입하여 보다 안정된 상태로 사업을 영위할 수도 있었던 삼성은, 결론적으로 약간 이른 시점에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삼성자동차는 물론, 다른 자동차 브랜드까지 외국기업에 넘기는 상황을 발생시키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 전체로 봤을 때, 두마리 토끼를 다 잃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쉬이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 아니었으니, 그것도 기업이나 해당 기업가의 '운명'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출범 당시 자동차 분야에 대한 인적, 기술적 인프라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삼성은 닛산과의 제휴를 통해 닛산의 Maxima 모델을 기본으로 페이스 리프트 수준의 디자인 변경을 거쳐 SM5를 1998년에 출시하면서 국내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참고 : 변경 범위에 따른 자동차 디자인 분류) 이러한 상황에서 양산된 SM5는 설계뿐만 아니라 부품을 거의 대부분 닛산에서 가져다 사용하는 무늬만 국산차량이었다. 소비자 측면에서 보자면 국산차의 가격으로 국내 브랜드보다 한단계 윗 수준이라 판단되던 일제차를 구매하는 것과 같았으니 그다지 나쁜 것만은 아니었으며, 이러한 상황은 다른 국산차들에게도 품질 개선의 자극제가 되었을테니 부정적으로만 볼 수도 없을 것이다.

닛산 맥시마(Nissan Maxima, 1995)와 삼성자동차 SM5(Samsung Motors SM5, 1998)

닛산 맥시마(Nissan Maxima, 1995)와 이를 베이스로 양산된 삼성자동차 SM5(Samsung Motors SM5, 1998)



르노삼성자동차와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르노 그룹 패밀리 (Renault Group Family)

르노 그룹 패밀리 (Renault Group Family) 연계도

     삼성자동차와 제휴하고 있던 일본의 자동차 매출 규모 2위인 닛산이 무리한 해외 확장 투자가 발단이 되어 매출액과 판매실적 등의 규모면에서는 닛산보다 더 작았다고도 평가되었던 르노에 1999년 인수되고, 이듬해인 2000년엔 닛산의 기술과 부품을 사용하여 차를 양산하고 있던 삼성까지 르노에 인수 된다. 르노는 두 업체의 부채를 떠안는 대신 성실하고 꼼꼼하며 영리한 노동력과 더불어, 일본과 한국 시장의 영업 인프라 등 진출 기반을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 닛산이나 르노삼성 모두 각기 해당 국가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브랜드를 계속 활용하고는 있지만, 결국은 '르노'라는 프랑스 업체인 것이고,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외국기업인 것이다. 

    외국기업이라 해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해외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이 제품을 타국에서 생산, 판매함으로써 거둬들이는 수익이 그 해당 국가 국민들에게 재투자와 혜택으로 얼마나 되돌아가는가 하는 것이 해당기업이 국가에 득이냐, 실이냐를 판단하는 조건이 될 것이다. 업체의 수익은 원칙적으로 주주에게 분배되는 것이므로 주주의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가 그 기업이나 브랜드의 국적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일 수 있다. 브랜드는 일본 것이라도 주주의 대부분이 미국인이라면 그 기업은 미국인들에게 이로운 기업이 될 것이다. 삼성자동차의 경우 르노에 인수되면서 개인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은 삼성자동차의 청산 차원에서 전량 폐기(무상소각) 되어 '삼성'이라는 거대기업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삼성자동차 주식에 투자했던 개인(국민)들은 손해을 입는 상황이 발생되었다. 르노의 삼성자동차 인수과정에서 주주였던 국민 개인들은 피해을 입은 것이다.
     인수 당시, 르노삼성자동차의 지분은 르노가 80.1%, 삼성(삼성 카드)이 19.9%로 나눠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르노삼성자동차가 거두는 수익의 20%정도만이 삼성카드의 주주들에게 일부 돌아갔으며, 80%이상은 르노의 주주들이 나눠 가졌다는 얘기가 된다. 자동차 구입시의 대출이나 할부, 포인트 적립, 활용 등의 다양한 금융기능을 생각하면, 르노가 르노삼성자동차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삼성카드의 역할도 꽤나 잘 활용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현재는 삼성의 지분도 르노 그룹에서 모두 인수했으며, 르노는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댓가로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일본인들이 주주로 남아 있는 닛산의 입장과는 달리, 르노삼성의 경우는 외국자본에 귀속된 식민 브랜드가 되어버렸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것이다.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우, 브랜드의 활용 측면에서 국내 업체들이 배울 점이 많다. 르노는 우리나라에서 잘 인지되어 있지 않던 자신들의 브랜드 네임은 살짝 얼굴만 내밀면서, 이미 대다수 국민에게 인지되어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 친숙한 브랜드명인 '삼성'을 효율적, 효과적으로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르노 뒤에 붙은 '삼성'이라는 두 글자는 르노삼성자동차가 한국의 브랜드라는 착시를 불러일으키면서, 위화감이 느껴지는 여타 수입차량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초일류 브랜드인 '삼성'이라는 신뢰감과 함께 자연스럽게 '국산'차량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한다. 
     자동차가 첨단 전자기기화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지닌 최첨단 전자기기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는 레버리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장점도 지니고 있으니, 광고와 홍보 등,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에 투여되는 막대한 비용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브랜드 라이센싱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르노는 '삼성'이라는 브랜드의 후광과 마케팅 효과를 얻어가는 효율적인 브랜드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르노의 로컬 브랜드 전략이 기가 막히게 들어맞은 셈이고, 이를 차량의 수출에까지 활용하면 글로벌한 시너지까지 얻을 수 있는 상황이라 판단된다. 
     이러한 르노 그룹의 로컬브랜드 활용 전략은 닛산-르노 얼라이언스에서도 그대로 활용된다. 수출이나 브랜드 이미지 측면에서 유리한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를 그대로 활용하여 기존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고, 해당 브랜드의 고객 이탈도 방지하는 효과를 얻은 것이다. 프랑스 자국민 소비자 측면에서도 르노 브랜드 이외에 닛산, 인피니티 등 다른 취향의 브랜드를 갖춤으로써 구색을 확보하고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르노 그룹


르노 로고(Renault Logo) 변천과정

르노 로고 변천과정

      르노는 독특한 이력의 자동차업체이다. 1899년 설립자 루이 르노가 형제들과 함께 설립한 '르노 형제 자동차 회사'는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의 트럭을 생산했다는 이유로 프랑스 정부에 의해 몰수되어 'Regie Nationale des Usines Renault’(르노 국영자동차)라는 이름의 프랑스 국영기업이 된다. 르노 일가에겐 억울한 면이 없지 않겠지만, 일본의 식민지배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조해 부를 축적했던 기회주의자들이 아직까지도 기득권력층으로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며 온갖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국영기업으로 프랑스 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로서 국민차라는 명성을 얻은 르노는 1979년 AMC 지분 46.9%를 인수하여 대주주가 되면서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화를 꾀했으나 미국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다. (참고 : http://www.francezone.com/bbs/view.php?id=newstolerance&no=204 )
     1994년 이후 르노는 부분적인 민영화를 시작하여, 1996년 ‘Renault S.A.’라는 이름으로 완전 민영화 된다. 이후 지금까지 프랑스 정부는 15%가량의 르노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영화를 거친 '르노'는 1999년 일본의 닛산자동차 지분 36.8%를 인수하며 아시아지역으로 눈을 돌렸고, 닛산과의 전략적 제휴는 이후 2000년 국내 삼성자동차를 인수하게 되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이후 르노의 닛산 지분은 더 확대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10여년이 넘는 르노의 역사와는 달리,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르노라는 브랜드는 독일이나 영국, 이탈리아, 미국, 일본의 브랜드들보다 알려져 있지 않았다. 심지어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르노삼성자동차가 '르노차'가 아닌, '삼성차'로 불리운다. 이것은 달리 생각해보면 그들이 취약한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 영향을 최소화 시키면서 얼마나 철저히 현지 브랜드를 활용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반증이 될 수 있다.  르노 그룹은 탄탄한 자국내 기반을 바탕으로 글로벌화를 꾀하면서도 자신들의 브랜드를 고집하기 보다는 현지 브랜드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시행착오를 최소화 하면서 성장을 계속해 오고 있는 것이다.  


결론 : 르노 그룹과 글로컬 브랜딩


     만약 '르노'가 자신들의 브랜드를 고집하며 '르노'라는 브랜드 그대로 일본이나 한국 같은 현지 시장에 진출했을 경우, 다른 국적의 브랜드들에 비해 인지도와 선호도 등이 떨어져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임을 그리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르노는 자신들의 브랜드에 대한 고집을 버리고 현지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 브랜드를 흡수하고, 그 브랜드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살리므로써 성공적으로 현지에 뿌리를 내리고, 그 뿌리를 더 넓게 확장해 나가고 있다. 
     '닛산'과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장점을 통해 '르노'가 가진 취약한 이미지 또한 보강되고 있다. '닛산'을 비롯한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은 성실하고 꼼꼼하게, 결점없이 만들어진다는 인상을 전한다. '삼성'은 메모리에서 휴대폰, TV 같은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첨단의 기술력을 대변하는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각각의 브랜드가 지닌 이러한 장점들이 '예술적 취향'이 우선적으로 상기되는 '프랑스'라는 나라의 업체인 '르노'에서 자칫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정밀함', '최첨단 기술'과 같은 이미지를 보완할 수 있다.
     '르노'역시 불과 십이삼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브랜드라 하기 어려웠다. '르노'는 경쟁 브랜드보다 상대적으로 인지도나 선호도가 떨어지는 로컬 브랜드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현지(로컬)의 브랜드 중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고 어떤식으로 운영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자체 브랜드로 글로벌화 하기 어려운 국내 브랜드들도 이러한 사례를 참고하여 현지의 브랜드를 잘 활용하고 글로벌화 될 수 있는 기반을 차근차근 마련해 나가길 희망해 본다.* (posted by 훈샘 : http://brandesign.tistory.com )


CAR DESIGN BOOK
국내도서>예술/대중문화
저자 : 조경실
출판 : 길벗 2009.06.19
상세보기

세상을 바꾼 50가지 자동차 (양장)
국내도서>예술/대중문화
저자 : 디자인 뮤지엄(Design Museum) / 권규혁역
출판 : 홍디자인 2010.08.12
상세보기

세상을 바꾼 50가지 디자인 세트 (양장)
국내도서>예술/대중문화
저자 : 디자인 뮤지엄(Design Museum) / 권은순,권규혁,김지수,김재현역
출판 : 홍디자인 2010.08.12
상세보기

자동차 디자인아이덴티티의 비밀
국내도서>전공도서/대학교재
저자 : 구상
출판 : 한국학술정보 2009.02.20
상세보기


'view on''mixup' 클릭해 주는 센스!^^